“바이오·제약 사업에 관한 낙관적 전망을 막연히 신뢰하지 말고 면밀히 검토하는 합리적 투자판단이 필요합니다.”
1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과거 금융당국이 선거테마주나 가상화폐 투기와 관련해 경고에 나선 적은 있지만 특정 산업에 대해 주의를 준 건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직접 ‘휘슬’을 분 것은 최근 바이오주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두 달 전만 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2위였던 헬릭스미스가 지난달 ‘임상3상 오염’ 논란이 불거지며 20만원대에서 6만원대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이후 헬릭스미스는 미국에서 별도 임상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11만원대까지 반등했다. 그러나 15일 골드만삭스가 “헬릭스미스의 임상 성공확률 전망을 60%에서 22%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면서 주가는 다시 8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에이치엘비도 6월 말 임상3상 성공 여부와 관련해 불신이 퍼지면서 급락했지만 이후 유럽종양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에 꼽혔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1위까지 넘보게 됐다.
두 회사 주가는 모두 갑작스러운 ‘뉴스’에 따라 출렁거린 공통점이 있다. 바이오주의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임상 실험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믿을 만한 정보가 축적돼 있었다면 뉴스 등 ‘외생변수’로부터 받는 충격은 작았을 것이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증권사에서 발간된 헬릭스미스 관련 애널리스트 리포트는 두 건, 에이치엘비는 세 건뿐이다.
금융당국도 정보 비대칭성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의 정보 비대칭성이 너무 심해 주의·환기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게끔 노력하겠다”고 뚜렷하게 메시지를 내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향후 계획’으로 “바이오·제약 관련주의 이상매매 및 허위사실 유포행위를 모니터링하는 등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만 명시했다.
바이오산업은 다루는 분야가 워낙 전문적이라 투자자의 정보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업계와 당국이 적어도 바이오 투자 관련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노력’ 정도는 보여야 한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그저 ‘조심하라’는 말 한마디만 던지고 끝낼 일은 아니다.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