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편을 배신하고 트로이로 도망한 부정한 여인으로 알려진 ‘헬레네’가 신들의 장난으로 오명을 뒤집어쓴 채 낯선 이집트 땅에 떨어진 가련한 여인으로 재현된다. 한편 10년에 걸친 대규모 전쟁이 신들이 만들어 낸 허상 때문이었음이 밝혀진다.
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 484∼BC 406)는 이 작품에서 헬레네를 신들의 장난 때문에 남편을 배신한 부정한 여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오랜 시간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피해자로 재현한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는 헤라가 만들어 낸 허상이었으며, 진짜 헬레네는 헤르메스에 의해 이집트에 유폐되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세간의 오해와 이집트 왕의 계속된 구혼에 시달려야 했다. 극은 전쟁을 끝내고 그리스로 귀환 중에 이집트에 표류하게 된 메넬라오스와 헬레네가 재회해 이집트를 빠져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에우리피데스는 ‘헛된’ 환영 때문에 일어난 트로이 전쟁의 참화를 통해, 헛된 명분과 그릇된 욕망에 매달려 전쟁을 벌이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한다. 또한 헬레네를 통해 트로이 전쟁의 진짜 원인은 신들의 불화와 질투, 이기적인 욕심과 잘못된 판단 때문이었음을 폭로하며 수많은 인간들을 고통과 불행으로 몰고 간 트로이 전쟁의 책임을 신들에게 돌린다. ‘신’의 존재와 신적 ‘정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