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한미연합훈련 축소 의향 밝히자 北 “근본 해결책 제시하면 만나겠다”

美 훈련조정 긍정평가한 것으로 보여…“대화동력 살리려는 긍정적 노력”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의향을 피력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미국이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할 경우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14일 발표한 담화에서 에스퍼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북미)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가 발표된 직후 나온 미 국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는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13일(현지시간) 에스퍼 장관은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당시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이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에 나온 것으로 미국이 북한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 훈련을 축소하는 등 한 발 물러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5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연합공중훈련 조정 문제를 최종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담화가 보도되기 약 1시간 40분 전에는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측 대표를 맡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담화를 발표했다. 김 대사는 “최근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부터 다음 달 다시 협상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미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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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대사는 “미국이 지난 10월 초 스웨덴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협상 때처럼 연말 시한부를 무난히 넘기기 위해 우리를 얼려보려는(달래보려는) 불순한 목적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면 그런 협상에는 의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이 선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명백히 밝힌 것만큼 이제는 미국 측이 그에 대한 대답과 해결책을 내놓을 차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의 직감으로는 미국이 아직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미국의 대화 제기가 조미 사이의 만남이나 연출하여 시간 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밖에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명백히 하건대 나는 그러한 회담에는 흥미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대사의 담화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했으나 일각에서는 뒤이어 나온 김 위원장의 담화를 고려하면 북한이 미측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움직임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다시 협상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 대사는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직후인 지난달 6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이 제거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대표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고 지목한 점을 고려하면 훈련 축소는 북한이 원하는 ‘근본적 해결책’과 맥이 닿는다.

한편 김 대사는 비건 대표가 자신과 직접 연락하지 않은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사는 “조미대화와 관련하여 제기할 문제나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허심하게 협상 상대인 나와 직접 연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이른바 조미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데 대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도리어 미국에 대한 회의심만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미국측이 우리에게 제시할 해결책을 마련하였다면 그에 대해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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