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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42> 낡고 허름한 교실을 '꿈의 도서실'로...中미래세대에 韓문화 전파

■韓기업 中 사회적책임활동 현장 가보니

中정부 '빈곤퇴치 운동'에 동참

대한항공, 전국 오지 학교 대상

도서·TV·책상 등 교육시설 지원

삼성·현대차·LG 등 국내기업

사회적책임 평가 상위권 유지

韓기업 이미지 높이는 효과도

지난달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퉁루현의 퉁루창업학교에서 진행된 대한항공 ‘꿈의 도서실’ 기증 행사에서 한국의 사물놀이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꿈의 도서실은 학교 건물 5층에 마련됐다.  /항저우=최수문기자지난달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퉁루현의 퉁루창업학교에서 진행된 대한항공 ‘꿈의 도서실’ 기증 행사에서 한국의 사물놀이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꿈의 도서실은 학교 건물 5층에 마련됐다. /항저우=최수문기자



“나무의 성장에는 햇볕의 도움이 필요하고, 또 꽃의 개화에도 비와 이슬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꿈의 도서실’은 아이들이 따뜻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고 퉁루 교육에도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중한 양국 우호관계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퉁루현 소재 퉁루창업학교의 장촨카이 교장은 지난달 29일 이 학교에 지원된 대한항공 ‘꿈의 도서실’ 기증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 세대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게 된 것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최근 관심사도 정부 ‘빈곤퇴치’ 운동에의 동참이다. 베이징사범대 빈곤퇴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4년간 빈곤퇴치 운동에 참여한 중국 민영기업은 모두 8만8,100곳으로, 총 893억위안을 투입했다. 중앙단위 국유기업도 올 들어서만 96곳이 참여했다. 이 연구원의 장치 교수는 “빈곤퇴치 관련 (중국) 국유기업은 주력군, 민영기업은 뉴브랜드, 외국계 기업은 신역량으로 각각 불린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CSR은 기업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취지의 공헌활동이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따른 일부 기업 활동의 장애는 여전하지만 많은 기업이 중국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활동은 중국의 소외계층 지원에 집중되고 있다. 지원은 적재적소에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진행된 대한항공의 CSR 활동인 꿈의 도서실 오픈이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대한항공의 꿈의 도서실 지원활동은 올해로 10년째다.

지난달 29일 아침 초중등과정의 학생과 교사 800여명이 모두 운동장에 모였다. 이날 진행된 대한항공의 꿈의 도서실 기증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에서 온 사물놀이팀이 함께하면서 흥을 돋웠다. 이어 학교 건물 5층에 마련된 도서실이 공개됐다. 대한항공은 낡고 허름한 교실을 새롭게 단장하고 TV와 책상, 도서 1,000권 등을 기증했다.

이 학교는 중국 남부의 농촌에서 올라온 농민공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다. 부모들은 항저우 도심에서 일하고 아이들은 생활비가 저렴한 교외에서 생활하고 있다. 도시 후커우(戶口ㆍ호적)가 없는 농민공 아이들은 정규학교에 다닐 수 없다. 퉁루창업학교는 특수학교인 셈인데 시설도 퉁루현의 다른 ‘일반’ 학교에 비해 열악했다. 대한항공의 지원으로 아이들은 밝은 환경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이 학교의 류지융 교사는 “전에는 학교에 도서실이 없어 아이들이 책을 교실에 가져가서 봤지만 이제 도서실에 와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중국 항저우시 퉁루창업학교에 지원한 ‘꿈의 도서실’에서 고광호 대한항공 중국지역본부장이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항저우=최수문기자대한항공이 중국 항저우시 퉁루창업학교에 지원한 ‘꿈의 도서실’에서 고광호 대한항공 중국지역본부장이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항저우=최수문기자


CSR 활동 중에서 교육활동은 특히 의미가 있다. 한중 교류의 미래 세대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시안과 황산·쿤밍·선양·창사·구이양 등 전국의 소외된 학교에서 꿈의 도서실 행사를 열었다.

이런 행사는 한국문화 전파의 새로운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날 만난 아이들 대부분은 한국을 처음 접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주중 한국문화원 주관의 한국문화체험 행사, 고성오광대보존회의 농악·사물놀이 공연와 함께 진행됐다. 도서실에 기부한 도서에는 한국어 교재도 있었다. 중국에서도 오지의 아이들이 한국문화를 보다 가깝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항공 관련 매체인 민항망은 고광호 대한항공 중국지역본부장이 “대한항공의 교육지원사업인 ‘애심계획’을 중국에 더욱 확고히 뿌리내리게 해 중국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의 CSR 활동은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2006년 개정된 중국 ‘회사법(公司法)’을 CSR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본다. 중국 회사법 제5조에서 ‘회사는 경영활동을 하면서 반드시 법률과 행정법규를 준수해야 하며, 사회 공중도덕과 상업도덕 및 성실신용원칙을 지켜야 하고, 정부와 사회 공중의 감독을 받고, 사회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기업의 CSR 활동을 명시했다. 이는 기업이 지켜야 할 이념으로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세계 최초의 입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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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입법까지 이뤄진 것은 중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고 1950년대 이른바 ‘사회주의 개조’를 거쳐 중국 기업들은 ‘단위’ 체제로 구성된다. 이 단위는 기업뿐 아니라 직원들의 생활보장까지 포함한 작은 사회였다. 단위가 먹고 입고 잠자는 것 등 모든 복지를 책임졌기 때문이다.

다만 1978년 도입된 개혁개방은 중국의 경제 규모를 크게 확장시켰지만 단위 체제를 해체하면서 오히려 빈부격차는 커졌다. 덩샤오핑이 주장한 ‘선부론(경쟁을 통해 일부가 먼저 부유해지는 것을 인정)’에 따른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부자들이 늘어난 대신 소득격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2005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조화사회론’까지 내놓으면서 문제해결에 나섰다. ‘단위’ 시절의 향수는 중국인들의 현 상태에 대한 불만을 더 키운 점도 있다. 정부 재정만으로 한계가 오자 기업들에도 동참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이듬해 회사법 개정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CSR이 공식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악명 높은 2008년 ‘멜라민 분유 사건’처럼 기업들의 반사회적인 행동은 계속됐고 이로 인해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확산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 국유기업의 CSR 활동이 민영기업을 훨씬 앞선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기업들의 행동이 주목받게 된 것도 이때다. 그나마 선진 경영기법을 가지고 들어온 외국계 기업들이 한편으로는 중국사회 변화에 이바지하고 한편으로는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CSR 활동을 벌였다. 대한항공이 교육사업인 꿈의 도서실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8년이고 앞서 중국 쿠부치 사막에서의 나무 심기 사업도 2007년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CSR 활동은 중국의 빈곤퇴치 운동과도 맞아떨어졌다. 2015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는 2020년까지 ‘절대빈곤’ 인구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2021년 중산층 사회를 의미하는 ‘샤오캉(小康)사회 실현’을 선언하기 위한 정지작업이었다. 이후 매년 약 1,000만명씩 빈곤에서 벗어나면서 2012년 9,899만명이던 절대빈곤 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1,66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내년까지는 어쨌든 이들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중국 기업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덩달아 외국계 기업들도 CSR 활동 범위가 늘어났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사회과학원 CSR연구센터가 매년 발표하는 ‘기업사회책임발전지수’의 올해 평가에서 삼성은 종합 부문 2위와 함께 외국계 기업 부문에서 7년 연속 1위에 올랐으며 현대자동차는 외국계 기업 부문 2위, 자동차 기업 부문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LG와 포스코 역시 외국계 기업 부문에서 각각 4·5위에 올랐다. 외국계 기업 가운데 일본 파나소닉이 3위, 미국 애플은 7위였다.

삼성은 최근 빈곤퇴치 지원과 과학기술 및 혁신 분야의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또 현대차는 네이멍구 사막화 방지사업, 청년들의 창업과 취업지원, 빈곤지역 주택재건사업 등을 해오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09년부터 국유기업, 민간기업, 외국계 기업 3개 부문에서 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100대 기업을 선정해 사회공헌활동지수를 평가한다. 중국 내외의 기업들이 이윤추구 외에 중국사회 환원에도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압박 차원이기도 한 셈이다.

어쨌든 한국 기업의 적응력은 빨랐다. 외국계 기업 부문에서 올해 국가별로는 한국이 1위였고 평균 점수는 85.5점으로 전체 외국계 기업 평균인 17.9점보다 약 70점 가까이 높았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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