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계가 심상치 않다. 격변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최근 국내 1위 유통 대기업 롯데가 티몬을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돈 데 이어 쿠팡이 외국인 재무 전문가를 또 영입해 그 배경에 어떤 전략이 있는지를 놓고 온갖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기존 유통 대기업의 온라인 분야 대반격이 예고되면서 상장과 인수합병(M&A) 등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지형변화가 생각보다 빨리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발걸음 빨라지나= 쿠팡은 25년 경력을 가진 재무 전문가 알베르토 포나로 씨를 영입해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맡긴다고 5일 밝혔다. 마이클 파커 전 나이키·월마트 부사장을 최고회계책임자(CAO)를 영입한 지 한 달만이다. 포나로 CFO는 세계적인 게임회사 IGT, 피트니스 장비 제조업체 테크노짐, 두산인프라코어 등에서 CFO로 활동한 바 있는 재무 전문가다.
쿠팡의 잇단 재무통 영입을 두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투자받은 총 30억 달러의 투자금이 내년 말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 투자유치는 쉽지 않고 나스닥 상장만이 돌파구라는 얘기가 우세하다. 이커머스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범석 쿠팡 대표는 사람을 오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8년간 상대적으로 오래 활동했던 기존 CFO 송경찬 부사장이 최근 물러났다”면서 “나스닥 상장이라는 큰 그림에 걸맞는 스펙을 가진 인물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무관리의 시급성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은 올 한해만 최대 2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로켓배송만 했지만 현재는 쿠팡 잇츠, 로켓 프레시 등 사업 다각화를 공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적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감원으로부터 경영 유의 경고를 받은 만큼 쿠팡 입장에서는 재무관리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 흑자전환이 매각 계기되나= 롯데의 티몬 인수설은 양사의 부인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티몬의 매각이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쿠팡, 11번가, 위메프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업계 중 티몬만이 유일하게 최대주주를 사모펀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티몬 지분의 약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안으로는 이진원 대표가 흑자전환으로 내실을 챙기며 목표로 밝힌 상장을 앞당기고 밖에서는 유한익 의장이 전략적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티몬의 경영 모델”이라면서 “경영 체계가 이원화된 지난해 말부터 티몬은 10여 개의 회사와 물밑 접촉을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티몬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티몬은 거래액 확대보다 수익성 높이기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280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올해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월 단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 단위 흑자을 실현하면 기업 가치도 한층 높아지게 돼 대주주의 지분 매각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통 공룡도 내년엔 ‘승부수’=이 같은 변화의 국면에서 오프라인 유통공룡 롯데와 신세계도 온라인 분야 승부수를 던진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은 이달 중순 이후부터 김포에서 세 번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네오 003)을 가동하며 배송전쟁에 본격 가세한다. SSG닷컴의 배송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이 물류센터는 하루 최대 3만5,000건의 물량을 처리한다. SSG닷컴 관계자는 “네오 003이 본격 가동하면 새벽배송 물량은 현재 5,000여 건에서 두 배 늘어난 1만 건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서 “네오 물류센터는 입고부터 재고관리, 출고까지 모든 공정 중 80%가 자동화된 국내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많은 인력이 일하는 타사의 물류센터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 중 백화점, 마트 등 7개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한 데 모은 통합 애플리케이션 ‘롯데온(ON)’을 선보인다. 롯데는 2023년까지 이커머스 취급규모를 20조까지 3배 가량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쿠팡이 독주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살길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었다”면서 “내년에는 각사의 경영전략이 어떤 것인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