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밥은 굶어도 디저트는 제대로...우리는 왜 달콤한 유혹에 빠졌나[썸오리지널스]




날씨가 쌀쌀해지고 옷은 두꺼워지는 요즘, 바깥 활동을 마음껏 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 헛헛함을 달래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입맛 돋우는 달달한 간식이죠. 특히 찬바람이 부는 요즘, 푸짐한 한 끼 식사 대신 따끈한 군고구마나 붕어빵을 호호 불어 한 입 베어물면 우리의 마음이 금세 풍요로워지는데요. 그래서 우린 때로 밥값보다 더 비싼 돈을 내고 간식을 사먹고, 군것질을 하고, 비싼 디저트 카페에 가기도 합니다. 주머니 사정은 날로 안 좋아진다는데, 우리는 왜 간식 없이는 못 살게 되었을까요?



△ 경기 어려울수록 ‘저렴한 사치품’ 간식 인기


간식 혹은 후식, 또는 디저트, 아니면 주전부리. 간식과 그 비슷한 것들을 가리키는 단어는 많습니다. 각 단어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자막) 공통적으로 정해진 세끼 끼니 외에 추가적으로 먹는 음식을 가리킵니다. 끼니는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서 먹는 것입니다. 인류가 하루에 두끼를 먹던 삶에서 세끼를 먹는 삶으로 바뀌면서 더욱 풍요로워졌다 하더라도 식사의 본질은 여전히 생존입니다. 그러나 간식은 다릅니다. 생존이 아니라 생활을 위해 먹습니다. 필수적인 음식 섭취가 아니란 뜻입니다.



생존이 아닌 생활을 위한 음식이라니, 간식은 존재 자체가 사치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간식의 존재감은 불황과 맞물려 더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사치스러운 음식 치고는 다른 사치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기분을 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비록 식사는 저렴한 곳에서 해결하더라도 사치스러운 디저트를 먹으면 그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디저트 문화가 크게 발전한 일본의 경우 불황이 들이닥쳤던 10년간 급속하게 성장했습니다.



최근엔 ‘가심비 트렌드’, 인스타그램 문화와 맞물려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디저트를 먹고, 심지어는 예쁘기까지 한 디저트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것이죠. 당장에 디저트를 먹어서 얻는 만족감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어 ‘가심비’는 배가 됩니다.

실제 간식의 사치스러움을 가장 잘 살린 사례로 뚱카롱 유행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뚱뚱한 마카롱을 뜻하는 뚱카롱은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하고 있는 디저트인데요. 본래 프랑스 전통 과자인 마카롱은 얇은 과자 사이에 적당량의 필링을 넣어 둘의 조화를 즐기며 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 마카롱의 필링의 양이 한국에서는 2~3배로 많아지고,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재료도 많아졌습니다. 보기만 해도 포만감이 느껴지면서 지금 당장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최근에 유행이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 해시 태그에 ‘#뚱카롱’을 검색하면 44만 여개의 게시물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왜 우리는 ‘단짠’에 끌리나…허니버터칩 열풍과 매출 감소

디저트 확산의 불씨를 당긴 이유로 ‘단짠’열풍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5년 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허니버터칩 기억하시나요? 본래 한국인의 식단이 짠 편이었고, 그 후 먹는 후식으로 단맛의 조화를 추구해왔던 한국인에게 단짠의 맛을 한꺼번에 주는 허니버터칩은 익숙하면서도 충격적인 맛을 선사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단짠 조합을 통해 한국을 강타한 허니버터칩은 출시한 해, 4개월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이듬해인 2015년에는 5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이같은 열풍을 이어간 건 오리온의 꼬북칩입니다. ‘단짠’을 자랑하는 콘스프에 바삭한 식감을 더해 많은 사랑을 받은 꼬북칩은 첫해 250억원의 매출을, 작년에는 501억 원 어치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단짠’ 과자의 열풍은 반짝 유행에 그쳤습니다. 저렴한 스낵으로는 앞서 말한 ‘사치스러운 간식’의 역할을 하기엔 다소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과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허니버터칩도, 꼬북칩도 매출 감소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단짠 과자 유행이 짧게 끝난 상황이 과자업계에는 아쉽겠지만 우리 건강에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간식, 디저트 시장이 커지면서 건강 전문가들은 경고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고열량 저영양의 간식을 많이 섭취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특히나 최근의 ‘흑당 열풍’을 두고 극강의 단맛을 찾는 현대인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같은 건강에 해로운 간식이 비단 오늘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요?


간식이 생존과 직결되지 않은 음식 섭취인 만큼 영양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맛만을 추구하는 건 당연합니다. 단맛과 짠맛 모두 식욕을 돋우는 맛이기 때문에 이러한 맛을 선호하는 현상은 본능적인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오늘날의 ‘흑당 라떼’나 ‘뚱카롱’, ‘벤앤제리’가 있기 전부터 사람들은 간식으로 극강의 단맛을 찾아 헤맸습니다. 쉽게는 설탕을 녹여 만드는 사탕이나, 설탕을 부풀려 만드는 솜사탕이 오래 전부터 우리들의 심심한 입을 달래주었죠. 좀 더 전으로 돌아가면 설탕을 녹이고 소다를 넣어 만드는 달고나가 있고, 전통적인 간식으로는 곡식에서 나오는 단맛을 이용해 만든 엿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경기가 불황일 때 사람들이 단맛을 더 추구하는 경향은 더 커진다고 합니다. 단맛의 경우 스트레스가 심하고 피로할 때, 우울증이 동반해 뇌에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질 때 찾게 됩니다. 단 음식을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져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기 때문이죠.

다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분명합니다.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시시때때로 양분을 몸에 축적해 극단적인 기아상태를 견뎌낼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오늘도 열심히 제 몫을 다하고 있고, 과하게 들어오는 음식물을 몸속 곳곳에 축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존을 위해 먹는 끼니 이상으로 섭취하는 음식들은 오롯이 몸에 지방으로 쌓이게 되겠죠. 그리고 비만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우리는 이제 배가 부르든 부르지 않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배가 부른데도 ‘후식’이라는 이름으로 오로지 맛만을 추구할 수 있다니 행복한 일입니다. 물론 우리가 끼니 외의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자극적인 단맛을 찾아 헤매는 이면에는 씁쓸한 이유도 숨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를 굶주리지 않고 그 이상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것이 우울하고 힘든 현실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간식의 의의를 찾으면 어떨까요.

※편집자주※

편의점 도시락부터 카페 브런치, 패밀리 레스토랑, 배달 음식까지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우리는 매일 ‘오늘 뭐 먹을지’ 고민합니다. 삼시세끼 먹거리를 고르는 일은 누군가에겐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또 귀찮은 일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식량이 부족하던 시대에서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로 바뀌는 데 반세기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먹는 것이 곧 ‘생존’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You are What you eat·YAWUE)’이라며 먹는 것 하나에도 큰 의미를 두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 거죠. 불과 몇 십 년 사이 우리의 식생활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변했습니다. 특히 언젠가부터 TV와 유튜브 등에서 복붙이라도 한 듯 ‘먹방 콘텐츠’가 쏟아지고 젊은 세대의 시청률도 꾸준히 느는 걸 보면 먹는 것에 대한 현대인들의 새로운 욕구가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갈수록 왜 먹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됐을까요? 썸오리지널스는 삼시 세끼에 간식을 더한 ‘아침·점심·저녁·간식’ 네 파트로 나눠 각 끼니별 특성에 따라 시대별로 바뀌어온 라이프 트렌드 전반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정현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