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지난해 연간 수익률이 약 7% 상승에 그친 탓에 새해 들어 새로운 10년의 시작에 대한 포부가 작지 않았다. 연말의 호의적 투자 분위기가 1월까지 이어질 듯 보였지만, 생각지도 않은 이란발 악재를 만났다. 많은 투자자들이 돌발 악재에 당황해 하며 연간 전체의 낙관적 전망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오늘 필자가 기술하려는 것은 마켓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평가, 대응 전략과 관련된 내용이다.
언론과 미디어는 본연의 목적에 따라 돌발 악재를 신속히 전달하고, 시장 심리는 빠르게 변화를 일으킨다. 그런데 리스크 요인을 전부 똑같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악재는 금융지표의 변동성만 확대시킬 뿐 중장기 추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있고, 어떤 악재는 실제 영향을 줘 투자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마켓 리스크는 크게 국지적·광역적·유기적·체계적 위험으로 분류된다.
국지적·광역적 위험은 금융시장의 단기 환란을 일으키지만 자산시장의 가치 조정을 발생시키지 않는 단기 악재로 분류된다. 이에 해당하는 악재는 짧으면 하루, 길면 3개월 이내에 소멸 가능한 악재로, 역발상적으로 시장 진입의 투자기회로 인식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물론 일반 투자자가 예상치 않은 악재의 등장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국지적·광역적 위험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실질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에 해당된다. 당장 소비와 제조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 최근의 이란 악재를 비롯해 재정불량국의 외환위기 가능성 등이 이에 해당된다.
유기적 위험은 국지적·광역적 위험과 달리 실질 경제활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에 해당된다. 특정 이슈가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거나 기업의 생산 및 투자활동을 약화시키는 충격을 줄 수 있다면 이 악재는 적어도 1년 이상 실물경제에 머물 수 있는 리스크로 분류한다.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위험자산의 투자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리스크의 소멸 가능성이 감지될 때 다시 투자비중을 높이는 기교가 요구되는 사례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체계적 위험은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재를 뜻한다. 경제활동이 위축될 뿐 아니라 자산시장의 가치 조정을 일으키고 체계적 위험의 소멸도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구조적 침체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이에 해당되는 악재는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이 있었다. 많은 이들은 악재가 등장할 경우 모두 체계적 위험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과대해석이 반영되는 것으로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뿐 아니라 가계의 고용, 기업의 파산 등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를 실제로 심각한 위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쉼 없이 전해지는 수많은 투자정보를 접하다 보면 사회 분위기, 개인 경제활동의 상황 등 주관적 위치에 따라 변수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시장에서 최적의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호재를 발굴하는 능력뿐 아니라 악재의 객관적 판단을 통해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