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관여하고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22일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기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과 인적 관계를 인사부에 알려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사부에 해당 지원자에 합격시키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은행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조용병 회장)이 지원 사실을 인사부에 알린 행위 자체만으로도 인사부의 채용 업무 적절성을 해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 사실을 알린 점에 비춰보면 임직원 자녀 등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위법을 개선하지 않고 가담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사부에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킬 것을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지원 사실을 알린 지원자로 인해 다른 지원자가 불이익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며 “형의 집행을 유예할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여성에게 불리한 기준을 일관하게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남녀평등고용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윤승욱 전 신한은행 인사·채용 담당 그룹장 겸 부행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2013∼2016년 신한은행에서 신규 채용 업무에 관여한 전직 인사부장 2명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채용팀 직원 2명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한은행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증거 인멸 혐의 등을 받은 인사부 개인정보보호 담당 직원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선고가 끝난 후 조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결과가 아쉽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을 45차에 걸쳐 하면서 많은 소명을 했는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동고동락했던 후배직원들이 아픔을 겪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회장이기 전에 선배로서 상당히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채용비리 피해자나 청년에게 할 말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동안 여러 가지 제도를 개선하고 고칠 것을 고쳤는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앞으로 항소를 통해 다시 한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보도록 하겠다”고 항소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조 회장 등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업무방해·남녀평등고용법 위반)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런 차별 채용으로 외부 청탁자 17명,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임원 청탁자 11명,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자녀 14명, 성차별 채용 101명, 기타 11명 등 총 154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18일 열린 이 사건 결심 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