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안철수 전 의원의 사실상 사퇴 요구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손 대표는 “오너가 최고경영자(CEO) 해고 통보를 하듯 말한다”며 불편한 속내도 동시에 드러냈다. 이와 함께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에게 “미래세대를 주역으로 내세우고 안철수와 손학규가 뒤에서 버팀목이 되자”며 동시 용퇴를 역제안했다. 손 대표의 입장발표로 유승민계가 나간 바른미래당은 다시 안철수계와 결별 수순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28일 손 대표는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안철수 대표와 만난 결과를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들께 자세하게 설명드리는 것이 당 대표로서 도리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며 입장을 밝혔다.
전날 안 전 의원은 지난 19일 귀국한 지 8일 만에 손 대표를 만나 지도부 재편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비대위원장은 안 전 의원이 맡겠다고 했다. 또 당원이 참여해 당 지도부에 대한 재신임을 투표하자고도 했다. 손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안 전 의원은 이날까지 답을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당 대표실로 와서 만난다는 게 정치적인 예의 차원인 것으로 생각했지, 많은 기자, 카메라를 불러놓고 저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적 통보, 언론에서 말하는 ‘최후 통첩’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개인회사의 오너가 CEO를 해고 통보하듯 말이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안 전 의원과 비공개 회담 때 그간 당의 어려움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신환 사무총장을 임명한 뜻, 이태규 의원 등 소위 안철수계의 반발, 유승민 대표 등 바른정당계의 의원들의 비협조, 변혁 및 신당 창당과정에 참여한 안철수계 의원들의 동향 등을 말했다”며 “(대책을 묻자) 안 대표는 전당원 투표제와 전당대회, 재신임 투표 등을 거론하면서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고 제 입장을 말 하려 하자 지금 답하지 마시고 내일 오찬까지 답하면 된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상황을 전했다.
손 대표는 사퇴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지금 위기에 처한 바른미래당을 살리는 길은 헌신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며 “온갖 핍박과 모멸 속에서도 당을 지켜온 것은 바로 바른미래당을 자유한국당으로 합치고자 하는 음모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안 전 의원을 향해서는 “안 대표가 말한 실용적 중도정당이 꽃 피우기를 바라며 바른미래당이 그 중심에 서기를 기원하는 것”이라며 “중도통합의 정신으로 바른미래당을 일으키는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손 대표는 안 전 의원과 동시에 용퇴를 제안했다. 그는 “어제 안 대표가 비대위 구성을 제안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를 위해 미래세대에게 당을 맡기자는 제안을 했다”며 “미래세대를 주역으로 내세우고 안철수와 손학규가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자는 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