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 업종은 역시 IT=증시 반등이 본격화되면 주도는 역시 IT가 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국내 증시에서 이익가시성이 가장 높은 데다가, 코로나가 오히려 다른 업종의 전망치를 낮춰 반도체 쏠림을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코스피 전년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33%이며 코스피 순이익 증가율에서 반도체(삼성전자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15.6%로 절반에 이른다. 특히 최근 코로나 19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업종 종 화장품과 호텔, 레저 등 중국 관련주 실적 전망치가 하향되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반도체업종 기대의 배경이었던 서버용 D램의 수요 회복세도 여전하다. 일례로 아마존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확대로 2019년 4·4분기 투자 금액이 전년 대비 42% 증가한 53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기에 5G 스마트폰 수요 확대, PC 교체수요 증가, 중국 5G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IT가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순이익 전망치의 하향추세가 심화된 다른 업종들과 달리 IT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 전망치 상향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견도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IT 내 다른 업종으로 주가 상승이 확산되고 있다”며 “반도체에서 반도체 제외 IT로 주도주의 변화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불붙은 2차 전지株…들어갈까 말까=2차전지 관련주는 코로나로 식어버린 최근 국내 증시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삼성SDI의 주가는 지난 11일 한때 35만1,000원까지 오르며 1979년 상장된 이래 4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불과 한달전만 20만원대 초반을 맴돌던 것이 50% 이상 올랐다. LG화학도 같은 날 연초보다 30% 이상 오른 42만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일진머티리얼즈와 에코프로비엠도 연초 이후 비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전기차 시장 개화에 미국기업 테슬라가 최근 나스닥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선 것이 대형 호재가 됐다. 전기차의 사업성을 확인한 외인들이 국내 관련주에 몰리는 형국이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지난 13일까지 LG화학을 3,3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삼성SDI와 일진머티리얼즈도 각각 1,788억원어치, 512억원어치씩 쓸어담았다.
일각에서는 과대평가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증권가는 이제 막 개화하는 영역인 만큼 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증권사도 앞다투어 올 초부터 2차전지 업체의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우리 기업들은 아직 글로벌기업과 비교해 저평가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슬라가 2022년에 전기차 100만 대를 파는 게 목표인데 이게 실현되면 더 급격한 주가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 미디어업종 자양분 되나=증권가에선 그간 올해 미디어·콘텐츠 관련주의 성장성을 높게 봐왔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4관왕 수상 소식으로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통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재평가 가능성이 커졌다. 미디어·콘텐츠업종이 반등장의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이자 HBO 드라마 리메이크에 참여할 CJ ENM과 올해 미국법인을 설립해 드라마 ‘라이브’의 미국향 리메이크를 진행할 스튜디오드래곤, 넷플릭스와 바인딩 계약을 진행한 제이콘텐트리, ‘킹덤’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에이스토리 등의 수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종에 구애받지 않는 이슈전략도 있다. 대표적인 전략은 주주총회 시즌에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에 나선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개정된 5%룰에 따르면 배당과 보편적 지배구조개선 관련 주주활동을 하려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투자목적을 변경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지난 7일 대한항공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등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에겐 기회일 수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낮은 배당성향은 한국 증시의 약점으로 꼽혀왔지만, 5%룰 개정과 기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확산하며 저평가 또한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주 전략도 가능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에 내수 경기가 매우 움츠린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주보단 수출 비중이 높아 코로나 이슈에 악영향을 덜 받는 대형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