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과감한 세제 감면으로 기업의 투자를 적극 돕겠다”고 밝혔으나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 출범 후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25%로 상향한 반면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혜택은 한시적이고 찔끔 감면에 그쳤기 때문이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업이 투자하는 사업용 자산에 대한 세제 지원은 수년간 대폭 축소돼왔다. 전체 사업용 자산에 대한 혜택이 환경·에너지·생산성 등 특정 설비로 제한됐고 공제율 자체도 크게 낮아졌다.
대표적으로 납부할 법인세액에서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주는 임시투자 세액공제가 지난 2011년 폐지되면서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로 전환한 뒤 이마저도 2017년 일몰기한 종료로 사라졌다. 임시투자 세액공제는 2011년 공제 규모가 2조7,371억원(공제율 7%)에 달했고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역시 마지막 해였던 2017년 5,993억원으로 쏠쏠한 투자증진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 시행 중인 투자 관련 세액공제 제도를 보면 조세지출 감면 규모가 매년 떨어지는 추세다.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는 공제율을 3%(대기업 기준)에서 1%로 낮춘 영향으로 2018년 1조1,398억원에서 2019년 5,546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고 에너지절약시설투자 세액공제는 같은 기간 1,029억원에서 985억원으로 하락했다. 심지어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원 규모가 전무하다.
이는 정부가 점차 지원 규모를 축소하면서 투자 유인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 에너지절약시설투자 세액공제의 경우 대·중견·중소기업이 2013년에는 각각 10%, 10%, 10%였지만 올해는 1%, 3%, 7%로 낮아졌다. 연구시험용 시설투자 세액공제도 같은 기간 똑같이 움직였다. 정부가 올해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중견·중소기업의 경우 각각 1%, 3%, 7%에서 2%, 5%, 10%로 높였으나 내년부터 대기업은 다시 1%로 떨어진다.
이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 해 법인세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미국·프랑스·인도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법인세를 낮추고 있음에도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가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아 이번 정권에서는 절대 인하 기조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책 담당자들에게는 세제 혜택을 확대한다고 직접적인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기저가 깔려 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은 장기적인 시계로 투자를 하므로 조세정책이 예측 가능하고 범위가 넓어야 투자 의욕을 북돋는데 지금은 올해까지만 해줄 테니 투자하라는 협박형”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13일 “과감한 세제 감면과 규제 특례, 입지 지원을 강화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건의가 들어오면 합리적 범위 내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 관련 세제 항목은 대부분 법안 개정 사안이라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시행하기는 힘들다. 익명의 한 경제전문가는 “법인세율을 낮추고 사업용 설비투자에 대한 투자금액에 일정률을 세액공제해줄 필요가 있다”며 “상법개정안 등의 기업 옥죄기가 계속되고 혁신적인 규제완화가 없다면 설비투자 부진 장기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