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신탁, 국민 노후자산 관리…주식·펀드 손익통산 과세 추진

■ 2020 금융위 업무계획

유언·지재권 특화 신탁사 허용

제재심 면책대상 핀테크 등 확대

저축銀 M&A 규제 완화하기로

의결권 자문사 공시제도도 도입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 금융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 금융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금융위원회가 다른 나라와 달리 유명무실한 ‘신탁’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대표적 국민 노후 대비 종합 자산관리제도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사가 책임질 일이 두려워 대출·투자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사후 이중 면책제도도 새롭게 만든다.

1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20년 금융위 업무계획 세부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올 하반기 신탁제도 개선안을 내놓는다. 미국, 호주, 일본 등은 다양한 금융사가 신탁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하고 각종 세제혜택을 줘 국민이 노후 대비하는 용도로 신탁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주가연계신탁(ELT)과 같이 고위험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수단으로 주로 인식되고 있다.

금융위는 신탁으로 맡길 수 있는 재산 범위를 금전, 부동산 등 ‘적극재산’에서 자산에 결합된 부채 등 소극재산과 담보권 등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부채를 포함한 예금, 대출, 부동산 등 재산 일체에 대해 한층 효과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신탁업을 할 수 있는 업종도 확대한다. 지금은 은행, 증권, 보험, 부동산업만 신탁을 영위했지만 앞으로는 유언신탁, 지식재산권 신탁 등 특화 신탁사의 시장 진입 길을 터준다. 예컨대 유언신탁을 들면 살아 있을 때는 가입자가 수익금을 받다가 사망하면 사전에 지정했던 사람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식이다. 운용방식도 다양화해 자기신탁·재신탁 등 신탁법으로 허용된 운용방식을 신탁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관련 내용이 규율돼 있는데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60페이지가 넘는 업무보고 중 첫 번째 꼭지를 ‘혁신금융’으로 꼽고 핵심방안 중 하나로 면책제도 개편을 들었다. 지금은 금융사 임직원이 문제에 휘말리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하기에 앞서 관련 법에 따라 면책 대상이 되는지 우선 금감원이 판단한다. 주로 대출 부실이 발생했을 경우 혜택을 봤는데 분야를 모험자본투자, 핀테크 등으로 확대한다. 또 가령 A은행이 기술력, 미래성장성 평가 기반 기업대출상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면책대상이 될지 금융위 산하에 신설될 가칭 ‘면책심의위원회’에 사전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 위원회에는 외부전문가도 포함되며 면책규정을 정비하는 등 제도개선 업무도 맡는다. 아울러 문제 발생 후에 임직원이 금감원에 새롭게 설치되는 ‘제재면책심의위원회’에 사후 면책심의를 신청할 권리도 갖는다. 법규에 비춰봤을 때 중대한 하자가 없으면 임직원이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것으로 보고 면책을 해주는 면책추정제도도 도입한다.


상반기 중 저축은행 활성화 대책이 나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저축은행이 지역·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활성화한다는 전제로 인수합병(M&A) 규제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저축은행업계는 79개 저축은행이 난립해 있지만 M&A 규제가 까다로워 통폐합이 안되고 있다며 △저축은행의 저축은행 소유 금지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 금지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 금지 등 세 가지 규제 완화를 요청해왔다. 대형사는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형사는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보험 차등화제도 도입도 눈에 띄는 점이다. 도수치료 등을 많이 받는 사람은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식으로 실손보험료 체계가 개편된다. 수리비가 많이 나오는 외제차를 모는 사람의 보험료는 오르고 국산차는 낮아진다. 음주운전을 하고 사고를 낼 경우의 부담도 강화한다.

부동산에 쏠린 돈을 자본시장으로 돌리기 위한 제도 개선책도 나온다. 기관투자자 육성을 위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추가 한도(200%) 범위에 자기자본 30% 이내로 중견기업을 포함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은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증권사 겸영 업무에 벤처기업 대출을 추가하고 M&A와 리파이낸싱, 재무구조 개선기업 대출 등을 증권사가 취급할 수 있는 기업금융 관련 대출로 명확히 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초기 창업기업을 발굴, 육성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업자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겸업도 허용키로 했다.

자본시장 투자 저변 확대를 위해 상반기 중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통산·이월공제·장기투자 우대방안 등 금융세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외화로 투자·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와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등 신규 상품 도입도 추진한다.

의결권 행사 자문회사가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안분석 방법론, 이해상충 방지방안, 조직과 인력 현황 등을 공시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의결권 자문사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한 기업이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주는 업체로 국내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이 있다.

/이태규·양사록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