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생충 촬영지 주민들 갈등...·마포구, 관광지 조성여부 공청회 추진

“가난한 게 구경거리냐” vs “관광지 되면 동네경제 활성”

영화 ‘기생충’ 촬영지 가운데 하나인 서울 마포구 아현1동 돼지슈퍼.   /김정욱기자영화 ‘기생충’ 촬영지 가운데 하나인 서울 마포구 아현1동 돼지슈퍼. /김정욱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울 마포구 아현1동의 주민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시와 마포구가 영화 촬영장소 가운데 하나인 아현1동을 관광코스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주민들 사이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현1동은 극 중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 가족들이 사는 빈곤한 동네이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영화에서 ‘우리슈퍼’로 나오는 ‘돼지슈퍼’를 중심으로 그 일대를 관광코스로 개발해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관광코스화는 서울과 마포구에 대한 여행책자·웹사이트 등에 아현1동을 소개하고 현장에는 영화 촬영지 표지판과 관광객을 위한 간이 화장실 등을 설치하는 정도다.


이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21일 돼지슈퍼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우리 동네가 가난하게 사는 게 무슨 구경거리라고 관광코스로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느냐”며 불편한 심정을 나타냈다. 주민 B씨 역시 “요즘도 사람들이 동네에 몰려와 사진을 찍어대는데 관광코스로 개발되면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여긴 못 사는 동네’라고 알리고 다닐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관광객들이 오면 동네 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민들도 있다. 주민 C씨는 “빈곤을 부끄럽게만 생각할 게 아니다. 외국에서도 이런 동네를 관광코스로 만드는 사례가 있다는데 동네에 사람이 북적거리면 좋은 것 아니냐”고 전했고, 주민 D씨는 “우리 동네에는 슈퍼와 식당·치킨집·문구점 등 소상공인들이 많은데 관광객들이 오면 뭐라도 하나 살 것 아니냐”며 관광코스화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마포구는 관광코스화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관광코스 개발 계획이 알려진 후 주민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해 조만간에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현1동은 재개발이 예정된 곳이어서 일부 주민들은 관광지가 되면 이를 보존하기 위해 재개발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아현1동 주민들에게 재개발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는데 영구보존은 사실상 힘들다”며 “재개발 공사 전까지가 영화 촬영지로서의 관광코스이고 재개발이 본격 시작되면 영화 속의 동네도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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