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마이너스 유가를 다 보네요.”
지난 22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정유 4사 경영진 간담회에서 나온 탄식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날 해외선물 거래를 제공하는 일부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음수를 인식하지 못해 매매가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 정유업계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지난달에는 한동안 제품인 휘발유가 원재료인 두바이유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현재 바다에는 저장탱크가 부족해 원유를 내려놓지 못하는 유조선이 바다를 떠돌고 있다. 업계의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상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유사들이 적용받는 석유수입 관세 등 비합리적인 제도가 대표적이다. 관세는 자국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부과하는 제도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석유수입 관세는 반대 효과를 내고 있다. 산유국이 아닌데도 부담해야 하는 관세로 국내 정유 기업의 타국 기업 대비 수출경쟁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소비재에 붙는 개별소비세가 원료에 붙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정유사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벙커C유를 다시 원료로 투입하고 경유·휘발유 등을 생산한다. 이때 정유사는 ℓ당 17원의 개별소비세를 내야 한다. 이렇게 부담하는 개소세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한다.
왜 정유사들이 이러한 ‘비정상’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일까. 대기업에 부과되는 간접세인 만큼 조세 저항이 적기 때문이었다. 이미 ‘비정상의 정상화’로 신음하는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또 다른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