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스튜어드십 코드 후폭풍...10대그룹 사외이사 신규선임 늘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보고서]

신규선임 2016년 50%서 올해에는 60%로 증가

상장사 사외이사 30%는'3대 권력기관'출신 여전

대신연구소 "'독립이사' 제도 도입 고려해야"

지난달 18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좌석에 앉아 있다./연합뉴스지난달 18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좌석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후 국내 30대 기업집단(그룹) 계열 상장사들이 기존 사외이사를 그대로 재선임하기보다 다른 사외이사를 새로 뽑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내기 위해 마련하는 자율 지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감독·사법기관 및 장·차관, 청와대 등 소위 ‘3대 권력기관’ 출신이 사외이사로 뽑히는 일이 많아 ‘독립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사외이사 전문성·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3일 발간한 ‘2020년 주주총회 트렌드-주요 그룹 소속 상장기업의 임원선임 중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2016년 12월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된 이후 상장사들의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변화가 있었는지 분석하기 위해 국내 30대 그룹 계열 상장사 134개사의 2016~2020년도 임원 선임 안건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30대 그룹의 전체 사외이사 선임 안건 중 신규 선임 안건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6년 51.9%에서 올해 56%로 높아졌다.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의 경우 같은 기간 48.1%에서 44%로 줄었다. 스튜어드십 도입을 기점으로 기존 사외이사를 다시 임명하는 것보다 새 사외이사를 뽑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경향은 10대 그룹에서 더 두드러졌다. 2016년에만 해도 10대 그룹은 사외이사를 뽑을 때 50%는 재선임하고, 나머지 50%는 신규 선임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올해엔 59.3%를 새로 뽑고 40.7%를 재선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 그룹은 사외이사 신규 선임 비율이 2016년 50%에서 올해 70.8%로 급등했으며, 같은 기간 롯데 그룹도 이 비율이 72.2%에서 82.6%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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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영향, 각 그룹의 경영 환경에 따른 내부 수요, 2016년 말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후 상장기업이 이사회 내 사외이사 수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국민연금이 지난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국내 기관투자자가 급격히 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투자 기업에 대해 독립적 사외이사로의 교체에 관한 간접적인 외부 수요가 겹쳤던 것도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세청·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이나 검찰·법원, 청와대 등 권력기관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이들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7.9%로 지난 2016년(31.8%), 2019년(30.2%)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경영권 분쟁 등 지배구조 이슈가 부각되는 기업일수록 사외이사 후보자의 전직 경력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측은 강조했다. 현재 처해 있는 이슈에 대해 대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사외이사 선임 의도도 있다고 보인다는 설명이다.

안 본부장은 “사외이사의 경력이 일부 분야에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사외이사 반대 권고 사유 중 독립성 훼손의 비중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의 ‘사외이사(Outside Director)’가 아닌 미국,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독립이사(Independent Director)’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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