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코로나 계기 20년만에 '물꼬'…선원 등 원격의료 허용할 듯

■與 원격의료 입법화 팔걷어

국내기업 기술 잠재력 높아

신시장 선점 기대도 맞물려




한국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처음 진행된 건 지난 2000년. 그 뒤로 20년간 국회에서 수차례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반발과 의료 영리화를 걱정하는 정치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더 이상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듯, 원격의료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올라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월24일부터 한시적으로 정부가 의사와 환자 간 전화상담만으로도 약 처방을 받도록 한 뒤 이달 12일까지 약 7주에 걸쳐 의료기관 3,072곳이 10만3,998회 원격진료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전파력이 매우 뛰어난 코로나19는 특히 만성질환자나 고연령층에게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다. 전화 처방은 이들이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염 위험을 막을 뿐만 아니라 내원객을 줄여 코로나19 확진자로부터 의료진과 시설을 보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될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정부가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당분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일시적인 원격의료가 허용되면서 ‘대면 진료’ 원칙을 고수하던 의료법의 개정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의료계는 여전히 의학적 안전성을 해칠 수 있고 대형병원 환자 쏠림 등을 내걸며 반대하고 있지만 이를 지지하던 정치권, 특히 집권 여당이 시대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고려해 원격의료 허용으로 기울고 있어서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처럼 전면 도입이 아닌 의료 이용이 어려운 벽오지와 선원 등 일부 집단에 대한 원격의료 허용은 감염 위험이라는 특수상황과 더불어 더 이상 반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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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산업 침체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산업적 측면에서 원격의료 허용의 필요성도 지지를 얻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2014년, 2015년 원격의료를 허용해 시장을 키우고 있지만,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우수한 제조능력을 갖추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이 절실한 국내 경제에 원격의료 도입은 첨단 의료기기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국내 대기업부터 중소 벤처까지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을 주도할 만한 잠재력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팔에 착용하는 ‘커프’ 없이 혈압을 측정하는 스마트워치를 개발했다. 부정맥 환자의 심전도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휴이노의 ‘메모워치’는 지난해 2월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된 지 1년 만에 최근 정식 출시됐다. 메디히어는 휴대폰 간 영상통화로 진료를 진행하고 처방전은 팩스나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해 등록된 약국으로 전송할 수 있다.

이런 신기술들은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국내시장에서 모두 사장될 수밖에 없다. 김기환 메디히어 대표는 “의사는 더 많은 환자를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고, 환자 역시 직접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만큼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며 “원격의료의 효용성을 실제로 체험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의료법 개정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제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 신종 전염병에 대응하고 시장을 선점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혁·우영탁기자 liberal@sedaily.com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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