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반등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원유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4종목이 27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이날부터는 실제가격대비 매매가인 ‘괴리율’이 30% 이상 벌어지면 바로 다음날부터 3일간 거래가 자동으로 중단된다. 증권사들이 추가상장을 통해 유동성 공급용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긴 하지만 현재와 같은 비이성적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레버리지WTI ETN, 미래에셋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 ETN, 삼성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 QV 레버리지WTI ETN 등 그동안 거래가 중지됐던 총 4종류의 원유레버리지 ETN의 거래가 다시 시작된다.
거래소는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묻지마 매수’로 인해 이 ETN들의 거래가격이 실제가치(지표가치)와 크게 벗어난 가격에 거래되면서 매매를 중지시켰다. 거래소는 5거래일간 실제가치 대비 매매가격의 차이인 괴리율이 30% 이상 벌어지면 거래를 중지시킬 수 있다. 국제원유가격이 급락하자 반등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묻지마 매수’로 인해 괴리율이 급등하면서 지난 16일 신한레버리지WTI ETN, 삼성레버리지WTI 원유선물ETN, QV레버리비 WTI원유선물 ETN의 거래가 중단됐다. 21일 신한금융투자에서 추가 상장을 통해 유동성공급(LP)가 가능해지면서 신한레버리지 ETN은 거래가 재개됐으나 22일 장중 괴리율이 최대 1,000%까지 벌어지면서 거래소는 23일부터 재차 거래를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때 미래에셋레버리지ETN에도 같이 중단 조치가 취해졌다.
거래소는 증권사들의 유동성 공급 물량이 확보된 데다 4,300억원 가량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기회를 주기 위해 27일 거래 재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열을 막기 위해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30분 단위로 매도·매수 호가를 받아 체결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최근 급반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저가매수세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데다 유동성 공급자들인 증권사들은 괴리율이 크게 좁혀지지 않는 한 매도물량을 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레버리지ETN 발행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표가치 수준으로 괴리율이 떨어지지 않으면 매도 물량을 내놓지 않을 계획”이라며 “거래 재개 이후에도 개인들간 고평가된 가격에 사고파는 상황이 재연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고평가된 가격에 원유레버리지ETN들을 ‘싹쓸이’하면서 물량 공급을 통해 가격 정상화 기능을 담당해야 할 증권사들의 보유 물량이 바닥이 났다. 27일 거래재개를 앞두고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1억주(액면가 기준 1조원)와 200만주(〃200억원)의 추가 물량 상장을 통해 보유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앞서 신금투도 총 2억주의 추가상장 물량을 확보하고 이중 1억주 이상은 이미 소진했다.
거래소는 과열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ETN과 상장지수펀드(ETF)의 괴리율이 벌어지면 자동적으로 거래 정지가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유가 ETN의 경우 괴리율 20% 이상 벌어지면 12% 내로 줄어들 때까지 단일가매매를 시행하고, 단일가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3거래일간 매매거래를 정지한다. 3거래일 이후 자동으로 단일가 매매로 거래가 재개되지만 다시 괴리율이 30% 이상 벌어지면 추가로 3일간 거래가 중단되는 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 괴리율에 따른 기계적인 거래 중단·재개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괴리율이 30% 이상 벌어진 상태로 5거래일간 지속되면 거래가 중단됐다.
한편 국제유가는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7%(0.44달러) 상승한 16.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6월물은 지난 21일 11.5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2~23일에는 각각 19%씩 급반등하며 사흘간 상승률은 46%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