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펠트(HA:TFELT, 박예은)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보여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잠겨있던 시간들을 봉인 해제 했다. 데뷔 14년 만의 첫 번째 정규앨범 ‘1719’를 통해서다.
23일 오후 6시 발매된 핫펠트 예은의 첫 번째 정규앨범 ‘1719’은 사춘기 같았던 3년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그렇기에 무기력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에세이집과 함께 발간됐다.
최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핫펠트 예은은 “‘1719’는 소중한 보석 같은 앨범이다” 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겪은 감정과 생각을 음악과 글로 풀어낸 묶음집이에요. 사랑·꿈·일상·이별·가족·여성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스토리북 ‘1719(부제: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 마치 불안정한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있는 17~19살과 같이, 핫펠트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잠겨 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상담 과정에서 ‘자기 치유’의 목적으로 쓰기도 한 일기 글을 음악과 함께 듣고 볼 수 있게 했다. 원더걸스 때부터 오랫동안 함께한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아메바컬쳐로 옮겨온 후 처음 내는 앨범이어서, 작사, 작곡은 물론 녹음과 믹스 등 모든 부분에 관여했다.
부제인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란 타이틀은 물속 깊이 잠겨있던 시간, 혹은 잠가놓은 시간들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메바컬쳐로 이적한 시기인 2017년 초, 핫펠트는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 마치 17세에서 19세까지, 성인이 되기 직전의 사춘기처럼 방황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던 시기였던 것.
“제가 해가 지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오후 5시(17시)부터 오후 7시(19시)가 딱 그 시간이기도 하고, 또 그 3년이 마치 사춘기 청소년 같기도 했거든요. 제가 겪은 시간도 비슷했는데 멀리 앞만 보는 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감성적인 시간이었어요. 제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했고, 어른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시기이기도 했어요. 변화하는 계기가 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변화의 시간’은 그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겼다. 다소 어두운 자전적인 이야기에 거부감을 보이는 대중들 역시 있을 것이란 예상 역시 했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 큰 용기를 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제 삶의 가장 어둡고 지독했던 3년 동안의 일들을 음악과 글로 풀어낸 묶음집“이라며 무겁거나 우울한 이야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책을 덮으셔도 좋다“고 썼다.
핫펠트는 ”어두운 곡이 조금 많이 나왔는데, 곡으로만 전달되면 대중에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고 ’이게 무슨 일이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음악 따로 글 따로 내는 게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는 커다란 앨범을 만들고 싶었고, 음악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준비하게 됐다. ”고 밝혔다.
정규앨범 준비는 2017년부터 시작했다. 앨범을 위해 3년 내내 고민했다고 했다. 지쳐있던 2017년에는 노래도 다 어두웠다. 2018년은 작업이 되질 않아서 음악작업을 쉬고 상담을 받았다. 2019년이 돼서야 혼란과 혼돈의 실타래들이 정리가 됐다. 그렇게 앨범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는 말을 하시기도 하는데, 제가 정규앨범을 낼 역량이 부족했나봐요. 늘 하던 생각인데, ‘1번 트랙부터 끝까지 들을만한 가수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했어요. 여러 가지가 종합적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확신이 2019년이 지나면서 들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힘든 일들과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걸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고, 음악으로 풀었어요.”
이번 앨범엔 ’Life Sucks(라이프 석스)‘, ’Piercing(피어싱)(feat. THAMA)‘, ’새 신발(I wander, feat. 개코)‘, ’위로가 돼요(Pluhmm)‘, ’나란 책‘ 기타 버전, ’Cigar(시가)‘, Make Love(메이크 러브)’, ‘Solitude(솔리튜드)’, ‘3분만(feat. 최자)’, ‘Bluebird(블루버드)’, ‘Sky Gray(스카이 그레이)’, ‘How to love(하우 투 러브)’까지 총 14곡이 수록됐다.
더블타이틀곡 중 첫 번째 타이틀곡 ‘Satellite(새틀라이트)(feat.애쉬 아일랜드)’는 핫펠트가 영화 ‘그래비티’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곡으로, “단지 넌 스스로 빛날 뿐야 넌 너만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두 번째 타이틀곡 ‘Sweet Sensation(스윗 센세이션)(feat.쏠)’은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를 구현했으며, ”완벽한 하루가 될 거야”라는 메시지로 희망이 가득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 아메바컬쳐 식구인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와 최자가 각각 다른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했으며, 따마(THAMA)도 이번 핫펠트 앨범에 함께했다.
핫펠트는 사람들이랑 떨어져 있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외로움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고, 희망을 잃어버렸다가도 다시 희망을 품고자 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힘든 시간을 지나온 분들에게 내 이야기가 공감이 되고 희망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2007년 그룹 원더걸스의 멤버로 데뷔해 2014년 솔로 가수로 데뷔한 13년째 가수. 핫펠트는 꾸며내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나 자신 그대로의 날 것을 추구하고자 했다. 나의 이미지가 아닌 ‘이야기’를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는 새로운 과제에도 직면했다. 핫펠트다운 모습을 꺼내놓은 시간이 대중에겐 어떻게 스며들고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전 가사가 중점적인 아티스트다보니, 어떤 스토리를 얼마만큼 풀어내고, 얼마만큼 감정을 절제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도 한 가지 색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 꿈, 여성으로서 느낀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무엇보다 핫펠트란 뿌리와 줄기를 가지고 뻗어나가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이 앨범에 대한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길 바라지만, 그러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한 작업이라 뿌듯해요. 우울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제 음악을 통해 그 안에 영원히 갇혔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사진 제공 아메바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