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국내 은행산업은 기존 은행과 핀테크 업체, 빅테크 기업(거대 정보기술 기업)이 협력·공존하면서 경쟁 구도를 형성해 나가는 유기적인 구조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한국은행이 27일 제언했다. 은행간 경쟁을 통해 금융 혁신을 촉진하고 수반되는 인력 구조조정은 재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한은 금융안정국의 김훈 부장, 박나연·김주영·이창순·박지수 과장은 이날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우리나라 은행 산업의 미래와 시사점’ 논고에서 “현재로선 금융 시스템 안정성, 국내 은행산업 진입 규제 수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용 최소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새로운 국내 은행업 구조재편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은행 산업 내 경쟁 촉진
연구진은 먼저 “(인터넷 은행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이 실물경제에 형성된 빅데이터를 직접 획득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판단한 뒤 최적화한 금융서비스를 수요자에게 제공하면 실물·금융 간 상호보완을 통해 경제 성장을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세계 주요국 규제당국은 은행산업내 경쟁을 촉진하여 금융혁신을 가속화하고 은행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은행산업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추세다. 아울러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혁신을 주도해나가는 지역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허용(홍콩 8개 인가, 싱가포르 5개 인가 중)하는 등 은행산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은행 산업 내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설립을 인가하여 영업 중”이라며 “그동안 국내 은행산업은 집중도가 높고 과점체제가 고착화하고 있어 진입규제 완화는 은행간 경쟁촉진, 소비자 금융비용 절감 등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기존 은행 직원 재교육해야
저금리·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은행 수익성 제고가 관건이다. 보고서를 쓴 한은 연구진은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한 은행 영업경쟁력 강화는 불가피하나 이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도 수반된다”며 “기존 은행 직원들에게 디지털 전환을 대비하고 핀테크 기업 등에 원활하게 이직할 수 있는 전문역량을 갖추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권 인력 구조조정은 주로 해외 주요은행 등이 실시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다만 금융업권의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고용 감소로 인해 경제 전반에 대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직원 재교육 및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해서는 국내은행, 금융권 연수기관, 대학교 등이 담당하고 있으나 체계적인 협력시스템이 미흡한 상태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진은 참고할 만한 사례로 싱가포르 정책당국(MAS 등)이 제공하는 금융산업 인력육성 플랫폼(SkillsFuture)을 들었다.
◇잠재리스크 포착 및 대응도 필요
아울러 금융부문의 디지털 혁신 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잠재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연구진은 “핀테크 기업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확대, 평가이력(record) 미비로 인한 불완전한 신용평가체계 등으로 신용리스크가 증가하고 AI 기반의 알고리즘 거래가 쏠림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은행의 정보기술(IT) 의존도가 심화하면서 사이버 공격 또는 전산장애 발생에 따른 사이버 및 운영 리스크가 증가하고 제3자 서비스(클라우드 서비스 등) 제공기관 활용이 소수 기관에 집중될 경우 서비스 제공 중단 등 문제 발생 시 전체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새로운 잠재리스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규제당국은 이를 적기에 포착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연구진은 “상시 모니터링과 점검을 실시하고 또한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IT 기술을 은행 규제·감독 업무에 도입하여 리스크 관리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