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감]붓다의 치명적 농담

정말이지 밥 먹기 힘듭니다. 세상에 어려운 것이 밥 먹는 일입니다. 도가 차 한 잔에 있듯이, 선의 비밀은 우리가 밥을 제대로 먹게 되는 날, 자연히 얻어질 것입니다. 어느 선사에게 누가 물었습니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데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고, 잠잘 때 잠은 안 자고 이런저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2011년 문학동네 펴냄)


밥만 잘 먹어도 부처의 뜻에 좀더 다가갈 수 있다니. 세상에, 이렇게 흐뭇한 득도의 길이 또 있을까.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언제든 여건만 된다면 기꺼이, 원 없이 해낼 수 있는 일인지 모른다. 다이어트의 압박과 과로와 불면이 우리를 괴롭혀, 그저 안 하고 말 뿐, 먹고 싶을 때 먹고 졸릴 때 잔다는 걸 누군들 못하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스님은 우리 모두가 그걸 제대로 안 하고 있어 자기 안의 부처를 만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마음은 늘 헛되고 헛된 잡생각과 걱정을 하느라,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는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늘 따로 놀고 있다.



‘붓다의 치명적 농담’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형조 교수가 풀어쓴 금강경이다. 금강경은 가능한 한 많은 이들과 더불어 부처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대승불교의 정수로 꼽힌다.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해설은 도에 가닿지 못한 채 헤매는 중생에 대한 촌철살인과 옆구리를 찌르는 농담 속에 부처의 길을 담고 있다. 부처님은 일 년에 하루만 오시지 않는다.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고, 내 괴로움을 타인에게 쏟아붓지 않는 모든 사소한 공덕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오늘의 부처가 될 수 있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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