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감]상처와 카리스마

사람들이 당신을 겁내는 건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냥 쉽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받게 될 나를 겁내는 것이지, 당신을 겁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유병재, ‘블랙코미디’, 2017년 비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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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이자 작가인 유병재는 스스로 장르를 ‘농담집’이라 이름 붙인 저서에서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세상의 진실들을 슬쩍 꺼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로 카리스마를 들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의 무례하고 배려 없는 태도를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판단력이라 오해한다. 그저 인성이 덜된 사람이 높은 지위에 올라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언행을 일삼는 것뿐인데도 그 독선은 카리스마로 둔갑하기 일쑤다. 그러나 진짜 카리스마는 대중을 끌어모으는 반면 상처 주기 좋아하는 사람의 위악과 무례는 그 앞에서 사람들을 굽신거리게는 할지언정 돌아서면 입가에 경멸과 냉소를 물게 한다. 사람들이 당신을 겁내거나 당신 앞에서 지나치게 위축된다면 그것이 과연 진짜 카리스마로 인한 경외감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상처받기 싫어 피하는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유 작가의 ‘블랙코미디’에는 이처럼 옆구리를 푹 찌르고 들어오는 촌철살인이 가득하다. 그는 이 책을 여는 서문 격인 ‘아이스브레이크’에 이렇게 썼다.



“내가 좋은 놈일 때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내가 나쁜 놈일 때도 그걸 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내가 나를 제일 모른다. 하지만 제 몸에 난 뿔도 모르는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알고 싶다.”

상처 주는 카리스마,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주눅 들게 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 곁에는 시간이 갈수록 그의 뿔에 관해 말해줄 사람이 남지 않게 된다.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니다. 당신의 뿔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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