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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소설 낸 정도상 "시민군 끝까지 남은 이유 궁금했다"

■'꽃잎처럼' 출간 기념 간담회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앞두고

전남도청 최후의 시간 다룬 신작 내

정도상 작가./사진제공=다산책방정도상 작가./사진제공=다산책방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전남도청에서 결사항전 했던 시민군의 마지막 순간을 전하는 장편 소설이 나왔다.

작가는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도상(60)이다. 정 작가는 11일 진행한 신작 ‘꽃잎처럼(다산책방 펴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소설은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며 “최근 광주에 자주 오가면서 왜 그때 그 사람들은 그 새벽에 도청에 끝까지 남아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 하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그의 고향은 경남 함양, 1980년에는 서울에서 대입 실패 후 삼수 중이었다. 즉 그는 ‘그 시절’ 광주를 현장에서 직접 본 적은 없다.

정 작가는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곳에서 계엄군을 맞았다는 데서 문학적 욕구가 꿈틀거렸다”며 “그래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취재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5·18은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 필연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정 작가는 “5·18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사건이 아니라 광주 전남 민중 민주운동의 큰 흐름 안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며 “준비돼 있던 것들이 5·18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로도 민중·민주운동의 주체 세력을 세웠다. 정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명수는 노동자이자 들불야학 학생”이라며 “그 시절 수많은 20대를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등장인물 수찬 역시 마찬가지다. 정 작가는 “5·18 당시 전남도청에 남았던 사람들의 직업군을 분류해보면 대학생은 20%에 불과했고, 대부분 도시빈민, 노동자였다”고 말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시간적 배경은 아주 짧다. 1980년 5월 26일 저녁 7시부터 28일 새벽 5시까지다. 34시간 동안 오백 여명의 시민군이 최후의 순간을 직감하면서도 도청에서 계엄군을 기다리며 느꼈던 심정을 세세하게 묘사했다.



정 작가는 “도청에서 피 묻은 깃발을 들고 계엄군과 맞서 싸우지 않았더라면 이후의 역사는 다르게 쓰였을 것”이라며 “그 새벽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 남은 자의 슬픔에서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이 가능했다. 민주정부의 수립, 남북관계의 진정, 촛불 혁명 등도 그 새벽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5·18에 관심 없는 세대가 이 소설을 읽고 그때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직도 분단으로 인한 갈등과 불안을 숙주 삼아 존재하는 세력을 직접 비판했다. 전두환 정권이 5.18을 북한군의 소행으로 몰아갔던 것처럼 여전히 그런 분단 체제를 악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총선을 전후해 가장 많이 회자 됐던 ‘김정은 사망설’을 지목했다.

한편 정 작가는 1987년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십오방 이야기’ 역시 5.18을 다뤘다. 이후 창작집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등을 냈고, 장편소설 ‘누망’, ‘은행나무 소년’ 등을 발표했다. 제17회 단재상, 제25회 요산문학상, 제7회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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