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결의한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에 합당하라고 압박했다. 그렇지 않으면 관례상 협의해 배분하는 17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는 6월 개원하는 21대 국회에서 177석을 가진 민주당은 단독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선거법 개정이 먼저”라며 맞서 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을 두고 정면 충돌할 조짐이다.
원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낸 민주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악법과 제도를 폐지하는 데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4·15총선에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의원정수(300인)에서 정당득표율을 곱하고 지역구 의석을 뺀 후 남은 의석에서 절반을 나눠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이에 여야는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위성정당인 시민당과 한국당을 만들고 각각 17석(현재 14석), 19석을 얻었다.
이날 민주당은 시민당과의 합당을 결의했다. 하지만 원 대표는 “지뢰를 제거하지 않고 지뢰밭을 건널 수 없다”며 합당보다 원흉이 된 선거법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선거법을 폐지하려면 21대 국회가 개원해야 한다. 그때까지 한국당이 존속하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통합당 의원 한두 명이 합류해 한국당을 원내교섭단체(20명 이상)로 만들어 거대 여당에 맞설 것이라는 계획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통합당과 한국당 두 개의 교섭단체와 원내에서 싸워야 한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하나의 먹이를 두고 머리끼리 아귀다툼하는 쌍두뱀”이라며 “국가보조금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김태년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표결로 결정할 가능성을 묻자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7개 상임위원장은 여야가 의석수 비율에 맞춰 배분하는 것이 관례다. 177석의 민주당은 11~12개, 103석의 통합당(합당 가정)은 6~7개로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당이 독자 교섭단체로 나설 경우 국회법(제41조)에 따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이론상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표결을 통해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합당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원 대표가 ‘선 연비제 폐지, 후 합당’을 주장하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원 대표가 더 버티다가는 여론은 물론 민주당의 역풍에 당할 수 있다”며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