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감] 불편한 사람과 밥을 먹는다는 것

회사에 들어간 지 한 달 된 친구랑 저녁을 먹는데, 그가 이렇게 말했다. “아, 편한 마음으로 밥 먹으니까 너무 행복하다.” 친구의 선배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다. 그냥 우리 마음이 알아서 눈치를 보는 거지. 나도 회사에서 나쁘지 않은 사람들과 밥을 먹는데, 그 순간이 자주 불편하고 힘들었다. 우리는 어쩌면, 자주 타인에게 불편한 사람일 거다. 나쁘지는 않지만 불편할 수 있는 사람. 마음 한 켠에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언제든 누구든 그럴 수가 있다. (안대근, ‘웃음이 예쁘고 마음이 근사한 사람’, 2017년 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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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점심시간은 엄연히 휴게시간이지만 누구와 밥 먹느냐에 따라 자주 업무시간이 된다. 점심시간마다 말 그대로 밥만 먹는 후배가 있었다. 메뉴를 고른 뒤 계속되는 정적이 힘들어 “버거운 일은 없느냐” “요즘 좋아하는 건 뭐냐” 내처 질문을 건네면 그는 짧게 대답한 뒤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괜히 반찬도 리필했다가 ‘또 뭘 물어보지’ 하고 머릿속에서 말풍선 띄우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문득 억울해졌다. ‘아니, 내가 선배인데 얘는 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거야?’ 나도 그만 입을 닫아버렸다. 그러다 깨달았다. 밥 먹을 때조차 끊임없이 화기애애하게 농담하고 맞장구쳐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그에게는 고단한 노동일 수 있다는 것을. 밥 먹을 때조차 타인 앞에서 노력해주길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를.


우리 개개인은 나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일할 때는 ‘자주 타인에게 불편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모였으나 회사 사람은 결코 식구가 아님에도 평일 점심시간마다 함께 밥을 먹어야 하는 관계다. 절대로 식구와 밥 먹을 때만큼 온전히 편할 수 없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든지 불편할 수 있는 사람임을 받아들이며, 마주 앉아 각자 밥맛 나는 휴식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볼 뿐이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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