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신임 원내대표 당선 후 두 번째 주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서로 역량을 드러내며 탐색전을 끝냈다. 정치권은 ‘태테일’ 여당 원내대표와 ‘완급조절’ 야당 원내대표의 합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 ‘봉테일’이 있다면 정치권엔 ‘태테일’이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 특유의 꼼꼼함에 김재원 통합당 의원은 그를 “정치천재”라 평가했다. 지난 8일 한 라디오에서 김 의원은 김 원내대표에 대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런 지략과 정책적인 측면, 또 전략적인 측면에서 대단한 분”이라 칭찬하면서 ‘누리 과정’ 예산을 두고 대립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매일 다양한 정책을 다루는 국회의원들은 특정 정책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김 원내대표는 “공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가 누리 과정 논의 관련, “자기가 파악을 해 본 이야기를 숫자까지 들이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김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첫 당·정·청 회의에서 구체적인 입법과제와 여당의 역할을 소개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상생협력법 등 공정경제 입법과제를 마무리하겠다”면서도 “법 개정과 별개로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은 바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표준계약서와 분쟁해결기준 등 시행규칙과 운영규정을 바꿔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추진 의지를 보였다.
그는 실체가 모호한 ‘한국판 뉴딜’을 구체화하기 위해 다양한 입법 과제도 콕 집어 제안했다. 지난 14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서 시작된다”면서 “데이터기반행정활성화법을 20대 국회에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선 “학교시설을 미래형 스마트학교로 탈바꿈시키겠다”며 정보통신기술,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교육 개정을 논했다.
‘태테일’에 맞설 야당 원내대표는 ‘완급주절’이다.
당선 직후 부친상을 당해 5일 만에 국회 당무에 복귀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에 산적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나가면서도 신중함을 놓지 않는 완급조절을 선보였다. 복귀 첫날 그는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와 ‘조속한 합당’에 합의해 논란이 일었던 미래한국당 ‘독자노선’ 시나리오를 종결시켰다. 아직 합당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합당 수임기구 구성까지 마쳤다. 이어 민주당과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남은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취임 후 첫 방문 지역으로는 보수당의 볼모지 광주를 택한 것도 5·18 망언 논란을 종식하고 정면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 민심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과 호남에서 압도적은 지고 ‘영남당’이라 불릴 정도로 축소한 통합당이 다음 대선 전까지 해결할 난제 중 하나다.
그런 가운데 슈퍼여당에 끌려다니지 않을 만큼 자기중심을 잃지 않았다. 지난 14일 본회의 일정은 바로 합의하되 “너무 급하게 하면 졸속하게 될 수 있어 급하더라도 천천히 보고 졸속이 아닌 정석이 돼야 한다”면서 야당이 반대하는 배·보상 문제를 보류했다. 그는 이날 앞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선(先)진상조사 후(後)보상논의’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런 신중함으로 그는 복귀 둘째 날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해 통합당과 제1야당 간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작년 야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문희상 의장의 봉을 멈추려고 격렬히 저항했었다. 이런 이유로 통합당 내부에선 주 원내대표의 예방에 반대했던 목소리가 일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의장님께서 평생 정치하다 퇴임하시는데 퇴임 인사라도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내 의원들을 많이 설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