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1·4분기 가계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바깥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외식을 하거나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게 돼 소비지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교회·절 등 종교단체에 내는 기부금마저 감소했지만, 사회보험료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4.9% 감소하면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외부 활동이 필요한 소비는 크게 감소한 반면 가내 소비는 증가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의류·신발 지출은 11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28.0% 줄었고, 오락·문화 지출 역시 18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25.6% 감소했다. 외식비 등 음식·숙박 지출도 11.2% 감소한 35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은 44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10.5% 늘었다. 특히 가내 소비 증가와 함께 가격 인상으로 채소와 육류 지출이 각각 23.2%, 13.6%씩 증가했다. 보건 지출도 27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9.9%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의료용소모품 지출은 무려 131.8%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비소비지출마저 위축됐다. 세금·이자 등 비소비지출은 전년보다 1.7% 감소한 10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부모·자녀·친지 등 다른 가구에 쓰는 가구간 이전지출이 10.1% 줄었고, 교회 헌금 등 종교단체 기부금을 나타내는 비영리단체 이전지출도 12.7% 감소한 영향이다. 반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의 요율 상승 영향으로 사회보험료 지출은 10.7%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 대비 소비지출을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전년보다 7.9%포인트 하락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쓸 수 있는 돈 100만원 가운데 67만원을 소비했다는 의미다. 처분가능소득이 전년보다 5.1% 늘었는데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졌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소비를 억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소비 여력이 있는데도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은 과거 경제위기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