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DMZ 마을'엔 10만년 전에도 사람이 살았다네

비무장지대 내 파주 대성동마을

뗀석기 등 구석기시대 유물 발견

파주시 비무장지대 내 대성동마을에서 수습된 뗀석기. 전문가들은 10만년 전 전기구석기의 유물로 추정한다.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파주시 비무장지대 내 대성동마을에서 수습된 뗀석기. 전문가들은 10만년 전 전기구석기의 유물로 추정한다.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의 ‘대성동 마을’은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서 민간인이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유일한 동네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행정구역상으로 파주시에 속하지만 민사행정 등은 유엔사가 관리한다.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에 사는 민간인인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국방과 납세의 의무를 면제받는다.

이 대성동 마을에서 10만 년 전 구석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무장지대 실태조사단은 지난달 26~29일 이 곳에서 첫 실태조사를 진행해 뗀석기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을 수습했다고 9일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측은 “마을 남쪽 구릉 일대에서 확인된 구석기 시대 뗀석기인 규암 석기 2점을 가장 주목할 만하다”면서 “사냥이나 구멍 뚫는 데 사용됐을 도구로 위끝이 날카롭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폭이 넓어지는 찌르개, 돌의 가장자리 일부를 떼어 날을 세운 석기인 찍개류의 조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마름모꼴인데, 석기를 용도에 맞게 가공한 구석기인의 의도와 노력 흔적이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뗀석기의 형태로 보아 10만 년 전 전기구석기 유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석기가 발굴된 지역은 주변보다 지대가 높은 구릉 정상부로 향후 유물의 추가 수습과 유적 확인 등 추가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공동조사 당시 발굴된 구석기시대 뗀석기 유물. /사진제공=토지주택박물관지난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공동조사 당시 발굴된 구석기시대 뗀석기 유물. /사진제공=토지주택박물관


이와 유사한 구석기 시대 뗀석기 유물은 지난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공동조사 때도 1점이 발견됐다. 이 뗀석기는 북한의 고고학 학술지인 ‘조선고고연구’에 수록될 만큼 남북 고고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의 선사유적지를 비롯한 임진강 유역에서도 이미 상당한 구석기 시대 유적이 발견된 바 있는데, 대성동 마을의 서쪽에서 흐르는 사천(沙川)이 바로 임진강 지류에 속한다. 사천을 사이에 두고 대성동 마을의 건너편은 황해북도 판문군 기정동의 북한 선전마을이다. 문화재청 측 관계자는 “2㎞도 안되는 거리에 이웃한 대성동과 기정동 마을에 대한 남북공동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더 큰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성동마을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대성동마을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


구석기시대 유물이 수습된 대성동마을 남쪽 구릉지역의 항공사진.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구석기시대 유물이 수습된 대성동마을 남쪽 구릉지역의 항공사진.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등재를 비롯한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무장지대 문화·자연유산 종합실태조사’를 추진 중으로, 이번 조사가 그 첫걸음이다.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 태봉 철원성, 고성 최동북단 감시초소(GP) 등과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구역, 건봉산·향로봉 천연보호구역 등 총 40여 개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내년 5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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