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뜨겁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지난달 25일 사망한 플로이드의 장례식을 마치며 시위가 다소 가라앉는 양상을 보였으나 애틀랜타에서 또 다른 흑인이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하면서 다시 들끓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플로이드에 대한 루머가 퍼지고 있습니다. 플로이드가 전과 9범에 임산부에게 총을 겨눈 전적도 있는 인물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같은 내용은 블로그나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주장들 중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현지 언론을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
어쨌든 신고를 받은 경찰관 토머스 레인과 J.A. 쿤은 편의점을 찾아 이야기를 나눈 뒤 플로이드를 찾습니다. 경찰관 토머스 래인은 운전석에 앉아있던 플로이드와 이야기를 시작할 때 총을 꺼내며 손을 내밀라고 지시합니다. 플로이드는 이 명령에 따랐고 곧 차에서 내립니다. 레인은 플로이드에게 수갑을 채웠고, 플로이드는 그의 지시에 따라 땅바닥에 앉습니다. 레인은 플로이드의 이름 등과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물었고 위조지폐를 건넨 혐의로 그를 체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오후 8시 14분 레인과 쿤은 플로이드를 일으켜 세우고 경찰차로 데려 태우려고 합니다. 이때 플로이드는 밀실 공포증이 있어 뒷좌석에 앉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때 데릭 쇼빈과 투 타오라는 이름의 다른 경찰관 두 명이 현장에 도착해 플로이드를 경찰차에 태우려 합니다. 그때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시 쇼빈은 플로이드에게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이후 쿤은 플로이드의 등을 잡고 레인은 다리를 잡습니다. 쇼빈은 그의 목 부위에 왼쪽 무릎을 올려둡니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와 ‘엄마’, ‘제발’이라는 말을 수 차례 말하고 곧 ‘죽을 것 같다’는 말도 합니다. 경찰관의 보디캠과 행인의 휴대폰에 찍힌 영상을 보면 쇼빈은 약 9분 동안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습니다. 심지어 플로이드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3분 동안에도 이 같은 행위를 지속했습니다. 이후 의료진이 플로이드를 구급차에 태웠으나 그는 결국 사망합니다.
전과 9범이다? |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위와 같은 이미지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 사진에는 플로이드가 지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코카인 소지와 임산부에 대한 무장강도 혐의로 각각 8개월~5년형을 받았으며, 사망 당시 마약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려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내용은 절반만 맞습니다. 팩트체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 스노프스닷컴이 입수한 해리스 카운티의 법원 기록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총 9차례에 걸쳐 플로이드를 체포했고, 그는 대부분 마약과 절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첫 체포는 1997년 8월로, 플로이드는 1g 미만의 코카인을 타인에게 제공하려던 것이 적발돼 약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이듬해 플로이드는 각각 9월과 12월 절도혐의로 체포됐고 약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3년 뒤인 2001년 8월 플로이드는 경찰에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15일을 선고받습니다. 다만 법원 문서에는 왜 당시 경찰이 그를 심문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후 경찰은 2002년 코카인을 1g 이하로 투약한 혐의, 2003년 무단침입 혐의, 2004년 1g 미만의 코카인을 타인에 제공하려 한 혐의, 2005년 1g 미만의 코카인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그를 체포 기소했고, 플로이드는 3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임신한 여성에 총 들이댔다? |
약 3개월 뒤 휴스턴 경찰서는 당시 사건 현장에 머물렀던 차량을 찾았고, 플로이드가 운전자였으며 피해여성의 복부에 총을 들이댔던 사람으로 확인됐습니다. 당국은 흉기를 이용해 가중처벌이 가능한 강도 혐의로 그를 체포 기소했고, 플로이드가 유죄를 인정하면서 법원은 5년 형을 선고합니다. 플로이드는 이후 2013년 1월 가석방됐습니다.
다만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시 피해여성이 임신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가 무장 강도로 5년형을 선고받은 것은 맞지만 당시 피해자가 임산부였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거짓으로 보입니다.
체포 당시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 |
과잉진압으로 인한 사망 사실 변하지 않아 |
일각에서는 그가 위조지폐를 사용해 신고 당한 것을 두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당한 비판은 아닙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텍사스 댈러스 소재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의 마크 맥코이 고고학 교수는 플로이드가 인종차별로 사망한 것이라며, 본인의 위조지폐 사용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백인인 맥코이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와 나는 둘 다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내 또래이자 두 아이를 가진 조지 플로이드에게는 사형선고였다. 나에게는 파티에서 가끔 하는 이야깃거리다. 그게 백인의 특권이다”.
이 트윗은 200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61만 건 이상 리트윗됐습니다. 위조지폐를 사용해 체포됐던 일이 백인에게는 술자리 안줏거리에 불과하지만, 흑인에게는 사망으로 이어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전과를 언급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