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선거 유세를 중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유세 재개에 나선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놓고 벌써 비판이 일고 있다.
노예해방의 날 |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을 치르는 동안 ‘노예해방 예비선언’을 발표했고, 이듬해 1월 1일 이를 정식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고립돼 있던 텍사스는 이 선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을 피해 동부 등에서 텍사스로 이주하는 노예 소유자들이 늘어나면서 텍사스의 인구는 수천명이 증가하기도 했는데, 1865년 텍사스에는 약 25만명의 노예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약 2년 반 뒤인 1865년 6월 연방군이 텍사스에 도착했고, 6월 19일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해방령을 선포하면서 텍사스가 마지막으로 노예제를 폐지한 주가 됐다. 이후 텍사스에서 노예였던 이들은 이날을 기념하고 각종 기념행사도 열었으며, 1980년 텍사스주는 이날을 주 차원의 기념일로 지정했다.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여타 주도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하면서 현재 하와이 등 3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공식적으로 6월 19일을 기념하고 있다.
털사 인종 학살 사건 |
1900년대 초반 털사에서는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 의한 흑인 폭행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당시 이 지역은 특정 지역의 4분의 3 이상이 백인이나 흑인이 거주할 경우, 해당 지역에 흑인이나 백인은 거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키며 인종 간 주거지를 분리하기도 했다. 이 지역에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흑인들이 많이 거주했는데, 당시 석유 붐 덕분에 전문직이 아닌 흑인들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생활을 했다.
사건은 1921년 5월 30일 발생했다. CBS와 A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당시 19살이던 딕 롤랜드라는 이름의 흑인 남성은 백인 여성 사라 페이지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페이지는 비명을 질렀고 롤랜드는 도망쳤다. 이튿날 롤랜드가 페이지를 폭행한 혐의로 구금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롤랜드를 린치하려는 백인들이 법원에 몰려들었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온 흑인들과 마주쳤다. 현장에 있던 흑인들은 곧 그들의 주 거주지인 그린우드 디스트릭트로 돌아왔는데, 이때 법원에 있던 백인 폭도들도 이들을 따라왔고, 곧 흑인들을 향해 총격과 방화, 약탈을 시작했다. 그린우드 디스트릭트는 ‘블랙 월 스트리트’로도 불리는데, 이 지역에는 약 1,200명의 흑인이 거주했으며 흑인 소유기업 300여 곳이 자리했다.
2001년 오클라호마 주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틀간의 폭동으로 1,256채의 주택이 불에 탔으며, 건물 314곳도 약탈당했다. 흑인 병원에 화재가 발생하자 백인 병원들은 부상당한 흑인들을 맡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폭동은 이틀 동안 계속됐다. 역사학자들은 백인 폭도들이 주로 흑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집과 기업, 교회, 학교, 병원, 도서관을 불태워 30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자 결집 노리나 |
특히 칼럼은 “트럼프 캠프가 선택한 날짜와 장소는 미국의 인종차별 역사에 익숙한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며 “트럼프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적힌 요란한 모자를 쓴 주로 백인인 지지자들과 함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무시하는 모임을 통해 인종 간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발전을 홍보할 계획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속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 대통령을 잘 알고 있다”며 “그는 샬러츠빌의 신나치주의자 시위대 사이에도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유색인종인 민주당 여성의원들에게 ‘범죄가 들끓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선거캠프의 카마우 마샬은 트위터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얼마나 인종차별주의자인가”라며 “그는 너무 인종차별주의자여서 첫 선거운동을 6월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할 계획”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했다.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단순히 윙크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들(백인우월주의자)을 환영하는 홈파티를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