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싱가포르계 부동산 투자회사 ‘메이플트리’는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앞으로 리테일은 영원히 보지도 않고, 개발하지도 않는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메이플트리는 2000년대 초반 설립 후 ‘비보 시티(Vivo city)’를 개발하는 등 싱가포르에서 리테일 개발과 관련해 가장 긴 업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가 앞으로 리테일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리테일 사업자인 ‘사이먼 프라퍼티 그룹’과 ‘터브먼 센터스’의 36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수합병(M&A)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최근 리테일 시장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리테일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의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과 모기업 L브랜즈가 뉴욕 맨해튼 헤럴드스퀘어에 위치한 매장의 소유자인 부동산투자회사 ‘SL그린’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임대료를 내기 힘들어서 입니다. 사이먼 프라퍼티가 터브먼 M&A를 포기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사이먼 프라퍼티 가장 크고 중요한 임차인인 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리테일 산업과 이와 관련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좋은 소식을 찾기가 힘듭니다. 미국리츠협회(NAREIT)에 따르면 올해 들어 리테일 리츠 섹터의 수익률은 지난 12일까지 34.2% 폭락해 다른 섹터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롯데, 신세계, 한화 등 대형 유통 업체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존에 투자자들이 투자한 리테일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신규 리테일 투자에 대해서도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리테일이 워낙 어렵다 보니 창의적인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일본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4일 처음으로 의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한때 편의점 왕국으로 불렸던 일본에서는 지난해 세븐일레븐이 처음으로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기도 했죠.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븐일레븐이 출판사 타카라지마사와 손잡고 북유럽 의류 브랜드의 방수 재킷을 팔기 시작한 겁니다. 타카라지마사는 그간 편의점과 협업해 가방이나 잡화를 편의점에서 팔기도 했지만 의류 판매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합니다. 편의점에서 가방을 파는 것과 의류를 파는 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가방의 경우 직접 착용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지만 의류는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편의점에서는 의류를 직접 입어 볼 수 없습니다. 세븐일레븐과 타카라지마사는 여기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바로 자사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 겁니다. 자켓의 착용감과 기능을 보여주는 5분 분량의 동영상을 제작해 고객에게 제공한 겁니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합니다.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도 평소보다 많고 예상보다 빠르게 제품이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타카라지마사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운 가운데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옷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타카라지마사는 다음에는 T셔츠를 판매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자이신문의 칼럼니스트는 이에 대해 “이번 기획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출판과, 의류, 편의점, 그리고 온라인이 결합된 실험적 시도이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식의 벽을 뛰어넘는 참신한 시도”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최근 리테일 산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다양한 협주와 변주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코카콜라는 최근 처음으로 알코올음료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125년의 비알코올 전통을 깬 겁니다. 또 한국에서는 최근 편의점 CU가 대한제분과 손 잡고 출시한 곰표 밀맥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앞으로 이러한 시도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히 참신한 시도에 그치지 않고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리테일 산업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