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이 열린 가운데 ‘알짜 매물’로 꼽히는 현대HCN의 현금 자산 3,500억원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예비 입찰에 참여한 이동통신 3사와 현대HCN이 매각 가격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현금 자산이 새롭게 주목받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과 LG유플러스(032640), KT(030200)스카이라이프는 예비입찰 후 현대HCN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가 끝나면 7월 중 본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HCN을 현대 퓨처넷과 현대HCN으로 나눠 방송통신사업부문 등을 담당하는 현대HCN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적 분할 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현대HCN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3,530억원의 대부분은 존속법인인 현대 퓨처넷이 가지고 간다. 분할되는 회사인 현대HCN에는 3,530억원 중 일부인 200억원만 승계된다. 반대로 부채 687억원의 경우 현대 퓨처넷은 77억원을, 현대HCN이 610억원을 각각 떠안는 구조다.
문제는 현대HCN을 팔려는 현대백화점그룹과 사려는 통신 업계가 생각하는 매각 대금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목표로 삼고 있는 현대HCN 매각 대금은 6,000억~6,5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CJ헬로(현 LG헬로비전)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될 때 케이블TV 가입자 1명당 51만원 가량을 적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HCN의 가입자수 132만 8,445명을 가입자당 51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6,770억원이다.
반대로 통신 업계는 현대HCN의 가입자당 가치를 약 30만원 초반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경우 인수가는 약 4,000억원 가량이 된다.
이에 더해 현대HCN만 인수하는지, 혹은 종속회사(물적분할 후엔 계열회사)인 현대미디어까지 함께 인수하는지 여부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 업계에선 6,000억원을 훨씬 뛰어 넘는 가격이 적용되려면 현대HCN의 현금 자산 3,5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현대백화점그룹이 아닌 인수하려는 기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물적 분할에 따라 대부분의 현금 자산은 현대 퓨처넷이 소유하는데도 현대HCN을 4,000억원 이상 가격으로 인수하는 것은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물적 분할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 11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유료방송 M&A를 통한 미디어 시장 혁신’ 포럼에서 ‘유료방송시장 구조개편과 혁신:플랫폼사업자 2차 M&A 전망과 고려 사항’을 주제로 발표에서 이 이슈를 다뤘다.
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종합유선방송(케이블) 사업이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공익산업에 속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기존 법인이 보유한 사내유보금 3,530억원 중 단 200억원만을 승계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