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을 염두에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요인은 핵심 지지그룹인 나이 든 백인 남성과 대학 학위가 없는 유권자들의 이탈 탓이라고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경기 호황과 낮은 실업률, 민주당 내 혼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인종차별 항의시위 등 시민사회의 불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상이 크게 흔들리면서 핵심 지지층 마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노년층 여론, 바이든 우세로 돌아서 |
미국 대선에서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중남부 지역에서, 민주당은 서부와 동부 연안에서 강세다. 여론조사를 벌인 6개 핵심 경합주는 특정 정당이 독식하지 않는 지역으로 승패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번 여론 조사결과 미시간주·위스콘신주·펜실베니아주 등 4개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6% 포인트 앞섰다. 나머지 2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애리조나주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각각 2.4%포인트와 4.0%포인트 차이로 트럼프를 눌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경합주에서 지난해 10월에는 1%포인트, 2016년 가을에는 13%포인트 앞섰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전국적으로 노년층에서 1%포인트 앞서나가는 양상이다.
‘코로나 덫에 걸린’ 트럼프, 바이든과 격차 더 벌어져 |
민주당의 조치는 수만명 노인들에게 “사형 선고”였다는 게 공화당 측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로즈가든 행사에서 노년층을 위한 인슐린 가격 인하 계획을 밝힌 뒤 “노인분들은 이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바이든은 우리를 곤경에 빠뜨린 사람”이라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16년 대선에서 자신에게 70%의 지지를 보냈던 플로리다의 은퇴촌 ‘더 빌리지’에서 열린 골프 카트 퍼레이드를 기념하는 영상을 리트윗해 노년층 사이에서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이 동영상은 그의 지지자 중 한 명이 반(反)트럼프 시위대를 향해 “백인의 힘(white power)”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담겨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고, 트럼프 결국 이를 삭제했다.
매주 유권자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는 ‘민주주의 기금 유권자 연구 단체’의 로버트 그리핀 리서치디렉터는 고령의 미국인들은 지난해 여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노년층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대응에 불신이 커지면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