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업에 차질을 빚은 고3 수험생의 대입 지원책이 발표됐지만 효과를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고3 수험생 구제안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수능 최저 학력기준 완화를 놓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들의 신청을 반려하는 등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일 대교협이 발표한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 학력 기준 완화가 승인된 대학은 서울대 단 한 곳에 그쳤다. 코로나19로 등교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은 고교 3학년 재학생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대입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서울대 이외에 고려대·성균관대 등 14곳은 재외국민·외국인 지원자에 적용되는 어학능력 기준을 바꾸는 수준에 불과했다.
코로나19 고3 대입 구제안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것은 대교협과 대학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대교협이 “수험생들의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형요소 및 반영비율 변경을 지양했다”고 밝힌 것처럼 고3 대입 지원보다 재수생을 포함한 전체 수험생들의 입장을 고려했고 이는 일부 대학의 방침과 충돌했다.
이 때문에 서울대 외에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대교협에 승인을 요청한 대학이 있었지만 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교협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 외에 신청 대학이 있었지만 수능 최저 기준 완화가 전체 대입의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로 수능 최저 기준 완화가 재수생들과 관계없는 고3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형이기 때문에 승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대입체제에서 대학들이 전형방법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대교협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입 공공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대교협이 승인한 서울대 전형 변경안을 놓고도 수험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변경안에 따르면 서울대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기존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에서 ‘3개 영역 이상 3등급 이내’로 바꾸기로 했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은 지역 학교별로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2명의 학생만 지원이 가능한데 수능 최저기준이 코로나19 여파로 더 낮아진 만큼 그동안 대입을 준비해온 일반 학생들의 상실감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다. 현행 대입에서는 문과 기준으로 서울대에 수능으로 입학하려면 전 영역 1등급을 받아도 인기 전공은 합격을 보장하기가 힘들다.
대교협은 그동안 다른 전형 변경을 놓고도 일선 대학들과 갈등을 빚은 이력이 있어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발표에 앞서 한국외대는 대교협에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면접 폐지’ 방안을 대교협에 승인 요청했지만 반려됐다. 코로나19 고3 대입 지원책을 놓고 교육부는 대학이 결정하라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대학입학 전형 과정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교육 당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