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26주기를 맞아 선대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일성 동지 서거 26돌이 되는 민족 최대의 추모의 날”이라며 “김정은 동지께서 민족최대의 추모의 날에 즈음하여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김일성 동지께서와 김정일 동지께서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는 영생홀들을 찾으시어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삼가 인사를 드리시었다”고 전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통상 김 위원장의 활동을 다음 날 보도해온 만큼 7일 늦은 밤이나 8일 자정에 참배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참배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회 위원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후보위원들,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 고위 간부들이 함께했다.
특히 참배 사진에는 미사일 개발 분야의 핵심 인물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최룡해·박봉주·김재룡과 나란히 맨 앞줄에 서 높아진 위상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당 조직지도부장에서 해임된 리만건, 리선권 외무상의 모습도 포착됐다. 퉁신은 “참가자들은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인민의 꿈과 이상이 꽃펴나는 강대하고 존엄 높은 사회주의 조선의 위상을 만천하에 떨쳐갈 철석의 의지를 가다듬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배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만큼 자신을 둘러싼 건강이상설을 불식하고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 기간임에도 별도의 대미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15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 주석의 생일에 금수산궁전을 참배하지 않으면서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다.
한편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한국 측과 북미 비핵화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미중 갈등 등 한미간 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조세영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하고 주요 양자현안과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비건 부장관과 이 본부장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건 부장관이 이 본부장과 함께 취재진을 만나 논의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나올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비건 부장관의 이날 오후 일정은 비공개지만 국내 정관계 인사 등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날인 9일 비건 부장관은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에서 일정을 마친 뒤에는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