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마스크 사회학

정무경 조달청장

정무경 조달청장정무경 조달청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살아온 6개월 동안 전 세계인의 관심을 폭발시킨 것은 무엇일까. 단연 마스크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되면서 마스크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했고 우리나라도 마스크 대란을 겪으면서 수급 안정을 위해 ‘공적 마스크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적 의미의 마스크는 지난 1899년 영국에서 등장했다. 그때까지는 의료인들만 사용하다 5,000만명의 기록적인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1918년)을 계기로 일반인들도 착용하게 됐다.

스페인독감·사스와 메르스 등 호흡기 전염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동서양 문화권별로 마스크를 보는 시각차가 크고 착용 여부를 둘러싼 문화적 논쟁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 심리학자 미셸 겔펀드의 저서 ‘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에서 제시한 ‘빡빡한(tight) 문화’와 ‘느슨한(loose) 문화’ 이론을 통해 실마리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회규범이 강하고 일탈을 거의 용인하지 않는 ‘빡빡한 문화’에서는 사스·메르스 같은 위기를 경험하면서 마스크 착용문화를 쉽게 받아들인다. 반면 미국 등 규범이 약하고 관대한 ‘느슨한 문화’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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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도 자신이 ‘잠재적 감염자’ 또는 ‘조용한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자각으로 마스크 착용문화로 바뀌는 추세다. 강한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 아닐까.

이제 마스크는 자신을 지키는 용도일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나눔과 배려, 연대’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스크 수급이 어려울 때 ‘나보다 더 급한 사람들에게 양보합니다’라는 자발적 ‘마스크 양보 운동’이 펼쳐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스크가 ‘패션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유명인과 K팝 스타가 거리나 공항에서 독특한 디자인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하얀색 일색이던 마스크가 자신의 패션과 스타일에 맞는 마스크로 다양화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문화 아이콘이 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생활은 이제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백신’을 잘 실천해 이 전쟁에서 빨리 승리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국민 여러분의 ‘헌신과 배려, 연대의 정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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