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코로나發 대출 부실 경고음...방파제 더 높이는 시중은행

팬데믹 장기화...연체율 상승 불가피

금감원, 대손충당금 적립확대 주문

1분기 比 15% 추가적립...최대 2조




국내 은행들이 2·4분기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을 1·4분기보다 최대 15%가량 늘릴 것으로 보인다. 2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은행별로는 500억~1,000억원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연체율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일종의 ‘코로나 방파제’를 쌓는 셈이다. 대손충당금이 대출 후 돌려받지 못할 것을 대비해 예상되는 부실채권을 미리 회계 비용으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은행 순이익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에 2·4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을 1·4분기보다 10~15%가량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상반기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게 대규모 대출이 이뤄졌지만 연체율 상승 등 내년부터 예상되는 부실 리스크를 대비한다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총여신 대비 1%에도 못 미치는 상황도 고려됐다. 1·4분기 은행권 원화대출채권 규모는 1,762조원으로 이 중 대손충당금은 14조원에 불과하다. 이를 기준으로 최대 15%를 적립할 경우 2조1,000억원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여파에 1·4분기에만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은행이 대손충당금을 각각 350%, 269% 확대한 것과 달리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은 오히려 낮아졌다. 1·4분기 개별 은행의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은 국민은행(0.46%), 신한은행(0.51%), 하나은행(0.36%), 우리은행(0.48%), 농협은행(0.59%)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8~0.21%포인트 하락했다. 1·4분기 코로나19 피해 금융지원으로 원화대출채권은 7.73% 증가했지만 충당금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충당금 적립이 뒷걸음질친 데는 금융당국의 기조도 한몫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대출채권에 대한 손상 처리 안내 자료를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채무불이행을 손상으로 인식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즉 대출을 확대하고 만기를 유예하더라도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필요가 없다는 지시였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대출 확대를 정책 수단으로 삼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의 건전성을 신경 쓰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사이 폭증한 대출도 부담을 키웠다. 지난 2월 613조원이던 가계대출은 지난달 627조원으로 3개월 새 14조원이나 불어났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도 같은 기간 각각 21조원, 12조원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대출이 급증한 상태에서 연체율까지 증가하면 은행들의 재무구조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중소기업 및 가계에 대한 지원 여력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당국의 권고가 없었더라도 충당금은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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