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 테슬라 공장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 있나?”
“그렇다. 하지만 독일과 미국의 두 번째 기가팩토리를 먼저 완공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 트위터 계정에서 한 말을 두고 국내 전기차 업계는 일주일간 술렁였다. 한국이 중국에 이어 테슬라의 두 번째 아시아 공장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테슬라는 내년 말 독일·미국 공장에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 CEO가 조건을 단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외신은 한국과 일본을 유력한 후보지로 꼽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게 두 가지 근거에서 비롯됐다. 첫째는 전기차 배터리 협력관계다. 일본 파나소닉은 미국 기가팩토리에, LG화학(051910)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증하며 LG화학과 테슬라의 관계가 공고해졌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파나소닉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1·4분기 누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에서 27.1%로 파나소닉(25.7%)을 처음 앞선 뒤 내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한국에 공장을 짓게 되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배터리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최근 테슬라는 중국에서의 수요 증가로 LG화학에 배터리 추가 물량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LG화학은 기존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외에 오창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 일부도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테슬라 수요가 압도적이라는 점은 두 번째 근거다. 일본에서 지난해 테슬라 판매량은 약 1,000대에 불과했지만 한국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약 7,000대의 테슬라가 판매됐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3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시장 잠재력이 훨씬 큰 셈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이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전기차 지원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테슬라의 국내 시장 진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업계의 많은 이들은 머스크 CEO의 발언이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공장을 증설하면 했지 한국이나 일본에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테슬라의 인기가 아무리 높다 한들 중국의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3’ 판매량은 1만4,954대였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약 18만대 수준의 판매량이다. 올해 한국에서 ‘모델3’가 최대 2만대가량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중국의 9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한국에서 테슬라 수요가 늘어난다 해도 테슬라는 중국 기가팩토리 증설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테슬라 전기차는 100% 미국산이다. 중국 공장은 가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지 물량을 대기도 버거운 상황이지만 생산이 안정되고 나면 중국 공장의 물량을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LG화학 외에 중국 CATL과도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추가 생산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오는 9월15일 ‘배터리 데이’를 연다. 5월 또는 6월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를 거듭한 끝에 열리는 행사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 여러 중요한 발표를 하지 않겠느냐”며 “추가 증설 발표를 비롯해 어떤 내용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