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은행권 프라이빗뱅커(PB)들은 ‘돈의 힘’이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결국 믿을 건 금밖에 없다’고 한다. 국가마다 코로나19를 넘기 위한 확대재정이 오히려 화폐가치 하락 불안감을 키우는데다 사모펀드 대란으로 자산(WM)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금 선호 현상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16% 오른 7만1,790원이다. 이는 지난 2014년 3월 KRX금시장이 개설된 이후 장중 기준 최고가다.
KRX금시장의 올 상반기 누적 거래대금도 7,10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대금(5,919억원)을 뛰어넘었다. 국제 금값도 마찬가지다. 최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 가격은 온스당 1,810달러를 넘어섰다. 이달 들어 9년여 만에 처음으로 1,800달러대를 돌파한 후 역대 최고가인 2011년 9월 1,911.6달러 돌파도 눈앞에 뒀다. 골드만삭스는 1년 내 2,000달러 예상도 한다.
은행 PB들 역시 투자 1순위로 너도나도 금을 추천하고 있다. 최홍석 신한은행 신한PWM잠실센터 팀장은 “국내 투자수단이 금리 하락과 함께 사모펀드 사태까지 덮쳐 전반적으로 여의치 않다”며 “다만 금은 가치 저장 수단의 기능이 있어 자산배분 리스크 헤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추세적으로 상승 경향이 있고 화폐가치 절하 상황에서 금 편입을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편하게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활성화된 점도 투자 환경에 우호적이다. 이은경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팀장은 “자산가들에게 골드바가 한때 유행이었지만 실물을 보유할 때는 부가세와 수수료 부담이 있어 점차 지수를 추종하는 골드ETF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골드바는 부가세 10%와 제조비용 등에 따른 5%가량의 수수료를 매수·매도시 각각 내야 한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PB팀장도 “실물 보유보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KRX금시장과 골드ETF를 통해 금·은 투자에 나서면서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