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언택트와 조달문화

정무경 조달청장

정무경 조달청장정무경 조달청장



지난 6개월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우리 일상생활에 성큼 다가온 사회적 현상이 ‘언택트(untact)’다. 언택트는 사람과 직접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콘택트(contact)에 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다.

언택트는 코로나19 위기를 경험하면서 갑자기 다가온 사회적 현상은 아니다. 온라인 쇼핑, 온라인 교육, 키오스크(KIOSK·무인 정보 단말기), 챗봇(실시간 채팅 로봇) 등의 형태로 우리는 이미 언택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 언택트 문화가 큰 관심을 받게 됐을까.


지난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이 제시한 일명 ‘티핑 가설’에 따르면 전파력이 뛰어난 코로나19가 언택트 사회를 더욱 앞당기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급변점)’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티핑 포인트는 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하다가 한순간에 폭발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그는 1960년대 특정 지역에 백인이 이주하는 ‘화이트 플라이트(White flight)’ 현상을 보고 흑인 인구의 ‘일정 수준 증가’가 백인 이주 현상의 티핑 포인트가 됐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언택트는 우리 일상생활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이 가운데 성공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이 대표적 사례다. BTS는 코로나19 감염 염려로 현장 콘서트 개최가 어렵게 되자 온라인 콘서트를 구상했다. 놀랍게도 유료 동시 접속자가 75만명에 달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웸블리 스타디움을 꽉 채운 약 5만명 공연장에서 15회 공연을 해야 가능했던 일을 한 번에 해냈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무인배송 드론, 비대면 금융상담(챗봇) 등이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 혁신 사례들이다.

조달 분야에서도 언택트 환경이 혁신과 투명성을 가속화할 것이다. 조달청은 이미 2002년 입찰 절차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을 개통했다. 이제 언택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나라장터’로 진화하고자 한다. 오는 2023년이 되면 조달청은 입찰제도 혁신을 통해 ‘방문 제로’의 투명성이 더 높은 조직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이제 언택트와 콘택트는 비대면과 대면, 단절과 접촉으로 대비되는 단순한 구분이 아니다. 언택트와 콘택트를 넘나들며 살아야 할 시대로 접어들었다. 언택트가 언뜻 ‘단절과 고립’의 부정적 선입견을 들게 하지만, 초연결 사회의 새로운 삶의 방식인 ‘연결과 접촉’의 역설적 표현이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