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얼마 전 만난 취재원은 단순하게 볼 때 돈 모으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출규모보다 왕창 돈을 벌거나, 아니면 적게 벌어서 그보다 적게 쓰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1+1=2’라는 뻔한 말 같지만 소비문화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이 한번쯤은 되새겨 볼 만한 문구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에 이어서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가 왔다.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8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대 직장인 3명 중 1명은 스스로를 조기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여성(23.8%)보다는 남성(32.4%)이, 20대(21.3%)보다는 30대(29.5%)가 파이어족 비율이 높았다.
장담할 수 없는 미래보다는 눈앞에 다가온 현재를 즐기자는 것이 욜로다. 이들은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할지언정 꼭 사고 싶은 것은 금액을 마다하고 지출한다.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은퇴(Retire Early)‘가 합쳐진 파이어족은 정반대 쪽에 서있다. 이들은 40대 조기은퇴라는 지상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아끼고 또 아끼고, 부업을 해서라도 저축액을 늘리는 짠테크족이다. 파이어족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출현했는데 이후 네덜란드, 영국, 호주 등으로 확산됐다. 이들은 수입의 70~80%를 넘는 액수를 저축하는 극단적 절약을 실천한다.
시니어 은퇴자들이 소득감소로 인해 떠밀리듯 절약전선으로 내몰린다면 파이어족은 소득규모가 정점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자발적 절약에 나선다는 점이 다르다. 시니어 계층에게 절약은 당위라면 파이어족에겐 인생 후반을 대비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2030 파이어족의 실제 소비생활은 어떨까.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의 월평균 급여는 267만원. 파이어족은 이 중 41.4%를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반면 용돈비율은 월급여의 22.0%로 저축비율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 이후 긴축강도를 더해 용돈비율을 30% 가량 감축했다.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마른 수건 짜기에 돌입한 것이다.
파이어족이 비단 극단적 절약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출을 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투잡, 쓰리잡도 서슴치 않는다.
가외 생산활동의 면면도 다양하다. 주말 아르바이트, 단기 배달·대리운전 서비스 등 같은 소액 벌기를 비롯해 다양한 경로로 터득한 재테크 전략을 통해 부동산, 주식 투자에도 집중한다. 어떤 이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부창업, 지인 공동창업 등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N잡러도 등장했다.
본업을 지키면서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자들의 이야기 <사이드 허슬러>를 쓴 심두보 작가는 “노동환경이 급속도로 후퇴하면서 사이드잡을 통한 수익창출을 꾀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lifejum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