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권오현 삼성 고문 "강력한 총수 리더십이 반도체 초격차 이끌어"

'D램 개발 주역' 사내방송 인터뷰

"전문경영인 日, 투자시기 놓쳐 몰락

어려울수록 과감한 결단 필요"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사진제공=삼성전자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사진제공=삼성전자



“어려운 시기에 제일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입니다. 위험 부담이 큰 반도체 사업은 앞으로도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한국 반도체 신화의 산증인인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종합기술원 회장)이 28일 사내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지난 1992년 8월1일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권 고문은 당시 D램 개발팀장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이병철 창업주가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전격 선언한 뒤 9년 만인 1992년 세계 첫 64메가 D램 개발을 계기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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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고문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력으로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을 꼽았다. 그는 “당시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한다는 자체가 난센스 같은 일이었다”며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이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건희 회장이 지속적인 투자를 해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꼭 이뤄내겠다는 최고경영자의 책임감과 도전정신, 임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이 어우러져 지금과 같은 초격차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오현(오른쪽)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28일 삼성전자 사내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권오현(오른쪽)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28일 삼성전자 사내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특히 권 고문은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 반도체 업체들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독특한 기업 문화인 ‘총수 경영’에 따른 경쟁우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990년대 일본의 반도체 기술 수준은 굉장히 높았지만 투자 시점을 결정하지 못해 이후 잃어버린 10년이 됐다”며 “일본 반도체 업계는 100% 전문경영인 시스템이라 빠른 결정을 못하고 불황기에 투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권 고문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른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언급하며 “과거 경험을 보면 어려운 시기에 제일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권 고문은 이어 “전문경영인은 사업이 적자를 보거나 불황인 상황에서 몇조원을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 면에서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의 원활한 소통, 토의와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고문은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미래를 위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옛날의 연장선상에서 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모습과 목표를 공부해야 한다”며 “초등학생이 공부하는 방법과 박사과정생이 공부하는 방법은 다른 만큼 새로운 기준점을 우리가 세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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