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분양’ 달라 아우성인데 정부는 ‘임대타령’… ‘패닉 바잉’ 이유 있었네

계획 물량 적지 않지만 대부분 공공임대·전용 40㎡ 이하

‘쾌적한 내집’ 원하는 시장 수요와 배치…엇박자 정책

쪼그라든 분양 물량에 패닉 바잉·청약 광풍 되풀이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8년 동안 재건축 한 단계도 못 나갔다’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연합뉴스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8년 동안 재건축 한 단계도 못 나갔다’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4일 공공재건축과 서울 내 부지개발을 통해 13만2,000가구를 신규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0대 등의 ‘패닉 바잉(공황구매)’ 등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주도의 ‘공공임대’ 위주로 공급한다는 입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청년주택’조차 시장에서는 ‘분양’을 원하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임대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임대는 2018년과 2019년 2년간 계획치보다 2만7,000가구가 더 공급됐다.



◇공급대책 ‘없는 건 아닌데’=현 정부 들어 공급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다. 핵심은 2018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공공주택(분양·임대 포함) 10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2018년 9월에는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안을 내놓았고 이의 일환으로 3기 신도시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또 올 5월에는 용산정비창 8,000가구 등을 골자로 한 ‘5·6공급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8·4대책’까지 포함할 경우 계획상 물량만 놓고 보면 제법 작지 않은 규모다.


그런데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시장의 기대와는 다르다. 계획 물량의 절대다수가 ‘공공임대주택’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공임대의 경우 주거복지로드맵 기준보다 초과 공급이다. 2018년 13만가구를 계획했으나 실제 공급은 14만8,000가구로 1만8,000가구가 추가 공급됐다. 지난해에는 13만가구를 목표로 했으나 9,000가구가 늘어난 13만9,000가구를 기록했다.

이번 ‘8·4대책’에서 용적률이 상향된 3기 신도시도 임대 물량이 적지 않다. 신도시 등 공공주택지구는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받아 공공주택 물량의 최소 35%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만 한다. 결국 3기 신도시 또한 분양 물량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조성된 대다수의 공공주택지구는 전체 물량 가운데 40~50%가량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2025년이 되면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전체 임차가구의 25%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임대주택을 계속 더 늘리겠다는 청사진이 공급대책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임대 말고 분양 달라” 시장 아우성=공공임대주택의 절대다수가 전용 40㎡ 미만의 소형주택인 점도 시장에서 외면받는 주요 원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공공임대주택 유형별 주택 규모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구임대주택의 94.2%, 행복주택의 97.0%가 전용 40㎡ 미만의 초소형 주택이다.


공공분양이 워낙 적다 보니 이들 물량을 청약할 수 있는 ‘청약저축통장’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지난해 선보인 공공분양은 1개 단지 642가구다. 올해는 마곡지구 등 3개 단지 1,800여가구에 불과하다. 청약저축통장을 보유하고 있어도 받을 수 있는 공공분양이 적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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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물량이 적다 보니 공공분양 경쟁률은 치열하다. 한 예로 분양과 임대 모두 공급되는 청년주택이나 신혼희망타운조차도 임대에는 사람이 몰리지 않고 분양은 경쟁률이 치열하다. 서울에서 분양형 신혼희망타운으로 선보인 양원지구의 경우 5,610명이 몰려 평균 20.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으로 선보인 위례신도시 A3-3b 블록 ‘신혼희망타운’도 청약 경쟁률이 평균 54대1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분양이 적다 보니 민간주택 청약 경쟁률은 계속 고공행진이다. 아울러 분양가 통제로 민간 아파트 가격이 낮아지면서 공공분양의 매력도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내 집’과 ‘넓은 집’을 요구하고 있는데 ‘소형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것은 결국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당연히 사람들은 쾌적하고 넓은 집을 찾기 마련”이라며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다고 한들 좁은 공공임대주택으로는 시장에서 원하는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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