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근거도 없이 공약이라며 밀어붙이나" 檢·공정위 동시공격에 기업몰매 우려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로

한 사건 두고 두번씩 조사받을 판

지주사 지분율·과징금 상향조정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면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라서 규제해야 한다는데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정부가 대통령 공약이라며 경영 일선의 반대를 무시하고 법 개정을 밀어붙이려면 명확한 근거라도 내놓아야 할 것 아닙니까.”

25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지난 7월 입법예고 기간에 맞춰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이 입을 모아 정부에 법안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기업 측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의결된 탓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법 위반 과징금 두 배 상향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기존에는 가격담합과 입찰담합 등 사회적 비난이 중대한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만 형사제재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정위가 아닌 누구나 검찰에 기업의 담합행위를 고발할 수 있으며 검찰의 인지만으로도 담합 수사가 개시된다. 기업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를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 특정 기업의 담합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관계가 없는 다른 혐의를 가져와 기업 관계자들을 압박하는 상황도 펼쳐질 수 있다.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다.


공정위는 전날 일감 몰아주기로 5년간 조사를 벌인 한화그룹에 대해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번 건이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면 한화는 수사와 재판 대응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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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4대 그룹 임원은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여러 기업이 공정거래법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으며 만신창이가 됐지만 재판에 넘어가고 실제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며 “현행법 테두리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적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도구가 2중·3중으로 있는데 공정거래법 개정을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밖에 위법행위 억지력 확보를 위한 과징금 상향 조정도 기업에 부담이다. 담합행위는 최대 과징금이 평균 매출액 기준 10%에서 부과됐지만 개정안은 이를 20%로 높였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지주회사 관련 규제도 한층 강화됐다. 새롭게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신규 편입하는 경우 30%(상장기준)까지 지분율을 맞춰야 한다. 기존에는 20%였다. 이는 그간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온 것과 정반대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시국에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국제 투기자본의 공격이나 외부의 경영 간섭을 우려해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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