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에 퇴임 인사 건넨 아베 "새 총리도 美日동맹 강화할 것"

사의표명 후 외국정상과 첫 통화

트럼프 "日 역사상 최고의 총리"

자민당 주류 '스가 대망론' 확산

14일 총리 투표 절차 진행 가닥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1일 도쿄 총리관저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1일 도쿄 총리관저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정가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대망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사임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 총리가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했다. 지난 28일 아베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외국 정상과 전화회담을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호소다파·아소파·다케시타파 등 집권 자민당 내 주류 파벌들이 스가 장관을 밀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치 공백을 피한다는 점’을 대의명분으로 삼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집권한 7년8개월 내내 관방장관을 지내온 만큼 아베 정권의 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트 아베’ 후보로 꼽히는 고노 다로 방위상이 속한 아소파도 스가 장관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부총리는 고노 방위상에게 다음 기회를 노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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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은 오는 9월14일 양원 의원총회를 열고 차기 총리 투표 절차를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당 간부가 이날 교도통신에 전했다. 또 임시국회를 16일에 소집하고 총리 지명 절차를 거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당원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 불리하다. 교도통신이 아베 총리 사임 표명 직후 29일부터 이틀간에 걸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포스트 아베’로 34.3%의 지지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스가 장관과 고노 방위상이 각각 14.3%와 13.6%로 뒤를 이었다.

스가 요시히데(왼쪽부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교도연합뉴스스가 요시히데(왼쪽부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교도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이날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로 퇴임인사를 나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병인 궤양성대장염 재발이 확인돼 임기 중에 사임하게 됐다고 직접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친한 친구인 아베 총리의 사임에 섭섭한 마음”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뒤를 잇는 새 총리도 미일동맹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를 마친 후 트위터에 “방금 내 친구,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멋진 대화를 나눴다”며 “신조는 머지않아 일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총리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건강악화가 아니라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각종 정치 스캔들에 대한 책임회피 때문에 물러나기로 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나카노 고이치 조치대 교수는 3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아베 신조는 병들었다. 하지만 이게 그가 사의를 표명한 유일한 이유일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일본인 대다수는 이에 비판적인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아베 총리는 2개 사학재단의 특혜에 자신과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됐다는 사학 스캔들과 정부 주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벚꽃 스캔들’ 등 수년간 제기된 각종 스캔들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했다고 나카노 교수는 꼬집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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