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1.5조 '사자' 동학개미, 외국인 물량 다 받았다

[외국인 사상최대 1.6조 '셀 코리아']

경제지표·반도체 업황 우려 맞물려

MSCI 재편 프로그램 매도까지 한몫

外人 코스피 시총상위 종목 중심 매도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컴백" 예상도




저조한 경제지표,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우려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정기 변경일까지 맞물리자 외국인들이 하루 1조6,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경신했다. 하락장에서는 어김없이 주식을 끌어모았던 ‘동학개미’들은 이날도 쏟아지는 매물을 모두 건져내면서 올해 증시의 주체는 개인임을 상기시켰다. 증권가에서는 악재가 겹쳐지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중장기적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확대되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17%(27.63포인트) 하락한 2,326.17에 마감했다. 장 초반 지수는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내림세로 전환하면서 하락폭이 커졌다. 이날 지수 하락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1조6,3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는 지난 3월9일 기록했던 역대 외국인 최대치 순매도액 1조3,125억원보다 3,000억원 가까이 많은 규모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대거 팔아치웠다. 삼성전자(005930)(-5,397억원), NAVER(035420)(-1,458억원), LG화학(051910)(-1,157억원), SK하이닉스(000660)(-1,023억원), 현대차(005380)(-953억원), 셀트리온(068270)(-824억원), 카카오(-743억원), 현대모비스(012330)(-503억원), 신한지주(055550)(-478억원), SK이노베이션(096770)(-462억원) 등 순매도 상위 종목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거의 일치했다. 외국인들의 거센 매도세에 이들 종목의 주가도 카카오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모두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다만 외국인들의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를 개인들이 모두 받아내면서 지수 추가 하락을 방어해냈다. 개인들은 이날 1조5,72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5월4일(1조7,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순매수다. 53조원이 넘는 고객예탁금이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들이 쏟아지는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받지 못했다면 지수의 하락폭은 더 확대됐을 수도 있다”며 “떨어지면 산다는 올해 개인들의 투자 전략이 다시 확인되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들의 거센 매도세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지면서 발생했다. 우선 MSCI지수 변경일 당일이어서 외국인들의 기계적인 매도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 프로그램 순매도액은 1조5,253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외국인들이 1조4,52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전체 프로그램 매도액의 95.24%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지수 리밸런싱 당일이어서 기계적인 매도세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통상적으로 리밸런싱 당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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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 요구에 따라 적자 국채 발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47% 급등해 0.94%까지 올랐다.

국내외 경제지표 악화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0으로 소폭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51.2)보다 낮았고 지난달(51.1)보다 못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약세를 보이던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면서 외국인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3원5전 오른 1,187원80전을 기록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7월 소비판매도 전달대비 6% 급감한 것으로 발표되자 경기 회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맞물려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외국인들이 특히 반도체 업종을 많이 팔게 한 원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날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 8월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월보다 4.5% 하락한 12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7월(-6.4%)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 산업도 안심할 수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증시에 부담됐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 비중이 큰 대만 자취안지수 역시 코스피 지수와 마찬가지로 전거래일보다 1.08% 하락했으며 TSMC 주가 역시 1.95% 내리면서 장을 마쳤다.

다만 외국인들의 거센 매도세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평균 2%의 물가 상승률을 추구하는 ‘평균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은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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