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0년 김대중 정부가 주 40시간(주 5일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다. 반향은 컸다.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목소리와 경영 타격을 우려한 재계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섰다. 나라 전체가 3년 넘게 홍역을 치른 뒤에야 주 5일제의 근거가 된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주 5일제 추진의 근거를 마련했지만 정부는 서두르지 않고 7년여에 걸쳐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갔다. 사회 전반에 주 5일 혁명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4년 금융·공공 부문과 1,000명 이상 사업체에 시범적으로 토요 휴무제를 실시했다. 이듬해부터는 학교를 대상으로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을 휴일로 지정, 이른바 ‘놀토’를 만들었다. 2011년까지는 2·4주 격주로 휴일을 늘렸고 2012년 들어서 매주 토요일로 확산됐다.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여가 지날 무렵 주 5일제는 표준으로 자리 잡아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근로시간은 2000년 2,512시간에 달했으나 2010년 2,082시간으로 줄었다. 주 5일제를 통해 근로자 개인은 일주일에 6시간가량 여유 시간을 추가로 얻게 된 것이다.
토요일이 휴일로 추가되면서 직장 문화는 물론 사회 풍속도 역시 크게 달라졌다. 금요일 밤에 보통 많이 이뤄졌던 회식은 목요일로 하루 앞당겨졌고 젊은 직장인들은 ‘도깨비 투어’를 이용해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다만 경영계의 우려대로 기업의 추가 부담은 현실화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04~2009년 근로 시간이 단축되면서 신규 고용률은 2.2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간당 임금을 상승시켜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 탓으로 분석됐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