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넥슨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계정’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지난 15년간 전 세계 7억명 이상의 유저로부터 사랑받은 장수 게임 ‘던전앤파이터’가 출시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 8월12일 중국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출시 일정이 한 달 넘게 미뤄지고 있다.
온라인 PC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는 지난 2008년 중국 진출 후 장기 흥행에 성공하며 퍼블리싱을 맡은 텐센트를 ‘콘텐츠 공룡’ 반열에 올려놓은 대형 IP(지적재산권)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사전예약 인원만 6,000만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관심을 끌며 넥슨의 올 하반기 중국 매출을 이끌 최대어로 꼽혀왔다.
하지만 현재 중국 공식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10일 올라온 “게임 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출시를 연기한다. 이른 시일 내에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공지를 마지막으로 어떠한 글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 중국 애플 앱스토어상 목록에서 게임이 사라지면서 출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넥슨과 텐센트 측은 미성년자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한 게임 내부 시스템 업데이트가 완료되는 대로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중국판 셧다운제’로 불리는 제도를 시행하는 등 미성년자 게임 과몰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영업권)’ 발급을 중단한 상황과 맞물려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넥슨 관계자는 “현지 정책에 맞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며 “정확한 출시 일정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직원이 권한을 남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 ‘슈퍼계정’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네오플은 한 직원이 불법적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수 천 만원 상당의 게임 내 아이템을 부당하게 획득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일반적으로 획득하기 어려운 최상위 아이템을 갖고 있어 조작이 의심되는 계정이 있다며 유저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구성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와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최고 수위로 책임을 묻겠다”며 “어떠한 관용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차갑다. 일부 유저들은 “던전앤파이터는 물론 넥슨이 만든 다른 게임들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며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15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사랑받아온 게임인 만큼 이번 사건의 영향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적지 않은 금액을 ‘던파’에 투자해온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