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소재 원단으로 만든 옷은 디자인·품질이 좋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지요. 천연 원단을 능가하는 소재에 감성적 디자인을 입힌 친환경 패션이라면 이 같은 편견을 충분히 깰 수 있습니다.”
패션 스타트업 몽세누의 박준범(28·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폐기물 재활용이라는 친환경 가치만을 내세우기보다 소비자의 선택기준인 우아함과 품질로 승부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몽세누는 남성복 중심의 캐주얼 디자인브랜드다. 3만~4만원대 티셔츠부터 40만~50만원대 코트, 재킷까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시장에 선 보인지 채 1년이 안 된 지난 6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온라인몰에도 입점했다. 소비자 감성을 이끌어낸 것은 여느 패션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모든 옷의 소재에 재활용 원단을 쓴 것은 다른 브랜드들과 판연히 다른 점이다.
박 대표는 “티셔츠·후드티에는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원사가 사용되고 코트 등은 재고 원단으로 만들어졌다”며 “브랜드의 모든 의류에 재활용 원단을 적용한 곳은 국내 전문 친환경 패션업체들 중에서도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직접 수거해온 페트병은 협력을 맺은 방적공장에서 분쇄한 후 열을 가해 폴리에스터 섬유로 뽑아낸다. 이 재활용 원사와 다른 소재를 섞어 원단을 생산한다. 티셔츠의 경우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와 면의 비율이 6대4 정도다. 티셔츠 한장에 500㎖ 페트병 20개 정도가 재활용된다. 그는 “제품 출시 후 지금껏 페트병 총 2톤 정도를 재활용한 셈”이라며 “코트 등은 공장 재고 원단을 사용하고 식물 고분자섬유인 셀룰로스 같은 천연소재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패션은 소재 개발과 원단제조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만큼 싸지 않고 기업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원단 원가가 비싼 약점이 있지만 박 대표에게 기업 성장과 지속 가능한 패션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경영가치다. 그는 “패션 브랜드인 만큼 옷 자체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옷으로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상트르코메르시알 등 현지 편집숍 입점을 추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럽시장 진출은 잠시 접어둔 상태다.
그는 “유럽 등은 국내보다 친환경 패션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코로나가 진정되면 시장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을 전공하고 현재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 중인 박 대표는 대학생 때인 2018년 친환경 패션산업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몽세누를 세웠다.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몽세누는 연내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첫 오프라인 정규매장도 오픈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인지도와 원단 경쟁력을 함께 올리겠다고 밝힌 그는 “오래 입어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몽세누만의 색깔이 강한 패션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