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1년간 사용하는 비닐은 235억장(46만9,200톤). 한반도 70%를 뒤덮고도 남는 규모다. 한국인이 1년간 소비하는 플라스틱 컵은 33억개(4만5,900톤).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갈 수 있고 페트병 49억개(7만1,400톤)를 쭈욱 늘어뜨리면 지구를 10.6바퀴나 돌 수 있다. 알다시피 한국은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1인당 100kg 이상으로, 세계에서 1등을 다투는 플라스틱 소비 대국이다.
최근 우리는 더 많이 버려왔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린 일회용품을 매일 30개씩 버린다(1인가구 기준, 다인가구의 2.3배). 이를 우리나라 전체로 확대하면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848톤으로 지난해보다 15.6% 급증했다. 이게 다 언택트와 온라인 소비, 1인가구와 간편식의 확산에 따른 영향. 하지만 버려지는 양보다 재활용되는 비율이 훨씬 적은 21%에 불과하다는 게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오는 2025년 포화.' 뉴스에선 연일 쓰레기 매립지 문제로 떠들썩하다. 얼마나 쓰레기가 많기에 지역마다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얼마나 쓰레기가 돈이 되기에 이젠 대기업까지 쓰레기 처리산업에 뛰어든 현실. 지금 대한민국 땅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최근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출간한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을 서울경제썸이 만났다.
Q. 국내 쓰레기 재활용률 관련 통계를 보면 60%에서 20%까지 다양합니다. 어떤 걸 믿어야 할까요?
생활폐기물 전체를 놓고 보면 한국의 재활용률이 62%, 독일이 67% 정도예요. 전세계 2위죠. 그런데 이 통계는 분리배출한 양을 포함한 거예요.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 배출까지 포함된 수치죠. 또한 선별장이나 재활용 시설에 들어가도 상당수가 쓰레기로 다시 빠져나와요. 실제 재활용된 양은 더 낮을 겁니다.
그럼 실제 재활용된 양이 얼마냐. 한 40%로 추정됩니다. 그린피스의 21%라는 수치는 플라스틱에 한정했을 때, 플라스틱 발생량 중 재활용되는 확률이 그 정도라는 설명이죠.
Q. 한국의 분리배출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준이 높다는 얘길 많이 하곤 합니다. 정말인가요.
2016년도 기준으로 봤을 때 전세계 평균 재활용률이 12% 정도 됩니다. 분리배출이 16%쯤 되는데 그중 4%는 (쓰레기로) 빠져나가고 실제는 12% 정도라고 보는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 그린피스에서는 21%로 추정했는데, 제가 추정했을 때는 25% 정도예요.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평균에 비해 조금 높은 편이죠. 분리배출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진 고소득 국가의 경우에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30% 내외로 봅니다. 유럽에서 분리배출 잘하고 있다는 국가도 이 정도 수치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보통 '플라스틱 문제 해결 하겠다' 라는 것의 궁극적 목표는 폐기물이 100%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재사용, 재활용하거나 생분해성 플라스틱 통해 퇴비화 시키겠다는 건데요. 거기에 비춰보면 현재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죠. 이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라는 게 우리의 과제입니다.
Q. 플라스틱 10개를 쓰면 많아야 3개쯤 재활용된다는 건데, 나머진 다 어디로 갔나요? (2017년 Geyer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60년동안 플라스틱 총 83억톤이 만들어졌지만 그중 6톤만 재활용됐다)
대부분 소각이나 매립이나 투기됩니다. 투기된 쓰레기 중 상당량은 바다로 가는 거죠. 우리나라는 태우는 양이 가장 많습니다. 대부분이 태우고 일부 매립되고, 일부 투기돼 바다로 유입 되는데요. 바다에 많이 버리는 국가는 주로 저소득 국가, 폐기물 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들이 그렇고요. 우리나라는 그래도 상당부분 잘 갖춰져 있는 국가로 분류됩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태우면 온실가스가 발생해 기후위기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화학물질이 첨가제로 들어가 있어 그런 물질들이 타면서 합성돼 오염 물질을 만들어내죠. 중금속이나 다이옥신 등은 소각장 방지 시설에서 다 잡아내지만 온실가스는 굴뚝을 통해 다 날라갑니다. 오염물질이 소량이라도 대기중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안 태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안 태우는 게 가장 좋습니다.
Q. 매립된 플라스틱이 썩는데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면서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플라스틱 분해 기간은 정확하게는 모르는 것이죠. 플라스틱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게 70년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썩는 시간이 몇백년이다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실제로 몇년 동안 안 썩을 지는 모릅니다.
게다가 잘 썩는 조건이 있고 아닌 게 있습니다. 바다로 갔을 때 온도가 낮으면 잘 안 썩겠죠. 육지에서보다 해양은 썩는데 1,000년, 2,000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바다로 간 쓰레기들은 쪼개지기만 할 뿐 분해는 굉장히 오랜시간이 걸려 반영구적으로 바다를 떠도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Q. 플라스틱을 100% 친환경으로 대체하는 게 가능할까요. (수전 프라인켈은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뼈와 조직과 피부"라고 말했고, '우리 몸의 70%가 물이라면 우리 몸에 두른 70%가 플라스틱'이라는 말도 있다)
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죠.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플라스틱과 함께하는 삶이라고, 플라스틱이 그만큼 많이 사용됩니다. 기능성이 그만큼 뛰어난 거죠. 가격도 쌉니다. 플라스틱 덕분에 인간이 물질 소비를 풍족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었던 겁니다. 가격이 싸고 많이 만들 수 있어서 가난한 사람도 물질 소비를 향유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만큼 남용한 결과가 쓰레기로 인한 문제인 거죠. 모든 것은 이용하는 인간의 책임인데. 얼마만큼 현명하게 잘 이용하느냐, 잘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이미 깊숙하게 들어와있는 플라스틱 자체를 다 배제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기술적으로는 대체할 순 있습니다. 식물 플라스틱 같은 걸로요. 그런데 플라스틱 사용량이 워낙 많아서 그 많은 식물 원료들을 어디서 조달할 것이냐의 문제가 생기죠. 결국 이미 만들어진 석유 제품은 계속 반복적으로 재활용하면서 사용하는 거고, 더 이상 추가 없이 조달하고 남는 부분만 식물을 이용해서 만들자, 라는 전략입니다.
Q. 경각심은 많이 생긴 것 같은데, 플라스틱 사용량은 계속 늘어난다고요?
지금처럼 인구도 계속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진다고 하면 당연하죠. 저소득 국가도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총 사용량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현재 전세계 4억톤 정도 플라스틱을 쓰고 있는데, 이 추세대로 하면 최소한 10억톤에서 15억톤 정도 늘어나게 됩니다.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관리를 한다면 10억톤일 테고요.
그중 상당량은 재생원료 사용량, 신원료 사용은 줄고 재생원료 사용은 늘고. 그런데 억제 전략이 안 통하면 최대 15억톤 이상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겠죠.
Q.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량이 최근 더 늘었다고 하더군요.
전체 추이를 봐야 합니다. 이미 배달음식, 언택트 소비는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장이었죠. 코로나가 그 흐름들을 더 가속화시킨 경우라고 봐야죠. 더 촉발시킨 효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코로나 때문만으로 쓰레기 양이 증가했다, 라고 보기는 힘들죠. 이미 그 이전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사용량, 일회용 사용량은 증가하는 흐름에 있었습니다.
Q. 국내 '쓰레기산' 문제가 CNN에까지 보도됐었죠. 왜 이렇게까지 심각해지게 된 건가요?
현재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3-1매립장을 오는 2025년까지 쓴다는 거잖아요. 2018년 환경부 통계에는 전국에 총 28년 정도 매립지 수명이 남은 걸로 나오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4매립장까지 면적이 다 포함돼 있어요. 그러니까 실제 수도권 현실에 비춰봤을 때 거품이 엄청 낀 거죠. 사실상 우리나라 매립지 수명은 20년 미만인데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매립장 건립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려요. 주민 민원 설득하는데만 5년에서 10년 정도.
중국 쓰레기 수입이 지난 2018년에 막히면서 쓰레기 수출 경로가 동남아 국가들로 바뀌었어요. 필리핀, 말레이시아 쪽에 재활용할 수도 없는 쓰레기를 불법 수출했다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죠. 지금은 국내로 다 돌아왔어요. 국내에 쌓인 쓰레기들을 정부가 열심히 치우는 동안 새로운 불법 투기가 또 생겨나고 있죠. 왜냐하면 처리 시설 부족에 따른 구조적 문제거든요. 단 기간 쉽게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Q. 이 많은 쓰레기가 갈 곳이 많이 없어보이네요. (국내에선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미세먼지 발생 등의 문제로 1,000개 가까이 되던 소각장 시설이 300여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매립 시설도 300여개에서 270개로 축소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쓰레기 처리 산업에 돈이 모이고 있다. 신영증권 자료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는 2018년 16조7,0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23조7,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 이제는 '맥쿼리'나 '스탠다드차타드'같은 투자전문사나 대기업들도 앞다퉈 폐기물 처리 시설을 인수하고 나섰다. 최근 국내 최대 폐기물처리업체 EMC홀딩스(환경관리주식회사)의 인수전에는 SK건설이 무려 1조원을 투입해 화제였다.)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지을 수만 있으면 되는데, 지을 수가 잘 없기 때문에 수익성 또한 더 좋아지고 있어요. 몇 년 전에 비해 폐기물 처리 단가가 거의 세 배까지 뛰었습니다. 1톤당 10만원 미만이었는데 지금은 1톤당 30만원까지 비용이 올라갔죠.
쓰레기 소각의 경제성이 올라간 거고 처리 단가가 올라가면 쓰레기 불법 투기의 경제성도 같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거든요. 불법 투기 한 건 성공시키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엄청 뛰어버리는 거죠. '쓰레기 산'이 작년에 전국 120만톤 정도 집계 됐는데, 몇천 톤 혹은 몇만 톤 단위로 투기 현장들이 계속 적발되고 있습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확인된 불법 쓰레기산이 전국에 320여 곳, 총 159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100여 곳의 쓰레기 산이 새로 만들어졌다.)
Q.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품 생산 단계에서 플라스틱 적게 쓰고 재활용 잘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죠. 그런데 소비자가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아요. 비닐로 포장을 계속 칭칭 감아두면 소비자는 줄일 방도가 없잖아요. 분리배출을 잘 해도 선별장에서 선별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상 재활용이 안 되게 제품 만들어버리면 의미가 없는 거죠.
분리수거 잘 하라고 소비자에게 다그칠 게 아니라 제대로 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죠. 부피가 작은 것들은 선별장에서 골라내기 힘드니 그것만 따로 모으는 체계를 만들어주든지요. 선별장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사람이 직접 선별하는데, 작은 플라스틱 제품까지 일일이 재질별로 선별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각 주체별로 노력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해야 합니다. 순환경제로 가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아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대안들을 만들어내는 데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강신우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