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바치는 ‘시무7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정부를 꼬집었던 진인(塵人) 조은산씨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삼국지 속 인물 ‘예형’에 빗대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논객 진중권을 예형 따위 인물에 비유했으니 가당치도 않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예형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로 조조와 유표, 황조를 조롱하다 유표의 휘하장수인 황조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이다.
조씨는 1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박진영 부대변인의 논평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논평을 읽고 깔깔대며 웃느라 한동안 꺾인 몸을 곧게 피질 못했다”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씨는 “민주당 박진영의 논평은 문체가 시원하니 보기 좋고 잔재주가 없어 가볍다”고 말한 뒤 “그러나 그는 감춰야 할 것을 드러냈는데, 그것은 거대 여당의 오만과 독선이 풍기는 날 선 감정의 비린내이고 역겨움”이라고 일갈했다.
조씨는 이어 “감히 진중권을 평하건대, 장판교의 늙은 장익덕이나 하비성의 안경 쓴 관운장은 과연 어떻겠나”라면서 “177석의 거대 여당에 맞서 세 치 혀와 글월로 외로이 고군분투하는 그를 예형 따위가 아닌 관우, 장비에 비유해도 크게 무리는 아니지 않겠나”라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조씨는 “그리도 꼴 보기 싫다면 차라리 그대의 논평과 거대 여당의 힘으로 개콘을 부활시키는 게 어떻겠나”라고 비꼰 뒤 “그렇다면 제가 개그맨이 되어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으로만 1년 치 시청률을 보장하겠다”고 적었다.
조씨는 또한 진 전 교수를 고소한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관련, “어느 여당 의원의 ‘똘마니’ 소송으로 피고 신분이 된 그(진중권)는 결국 객사한 독설가로 전락하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조씨는 박 부대변인을 삼국지에 나오는 ‘진궁’과 ‘양수’, ‘순욱’에 비유하면서 “그대와 잘 어울리는 인물이 과연 누구일까 고심하다 겨우 추려냈다”며 “(진궁, 양수, 순욱) 셋의 공통점은 그대와 같이 학식과 지혜를 갖춘 당대의 모사였다는 것”이라고 썼다.
조씨가 언급한 인물들은 모두 조조의 신하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진궁은 여백사를 죽인 조조의 잔인함을 알고 그와 대립하다 죽임을 당한다. 또 양수는 조조 앞에서 지나치게 똑똑한 척하다 목이 베이고, 순욱은 밥그릇이 빈 밥상을 하사받은 뒤 조조의 뜻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여기에 덧붙여 조씨는 “정치라는 것이 실로 팍팍하다 못해 가루가 날릴 지경”이고 현실 정치를 진단하면서 “박 부대변인이 답을 하기 전에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새겨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박 부대변인은 지난 13일 진 전 교수가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된다”는 조정래 작가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일본유학 하면 친일파라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다”고 비꼬자 이를 맹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박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진중권씨의 조롱이 도를 넘어서 이제는 광기에 이른 듯하다”며 마치 1,800여년 전 ‘예형’을 보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의 비난 발언에 민주당의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진 전 교수를 향해 “이론도 없고 소신도 없는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예의마저 없으시다”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언론이 다 받아써 주고, 매일매일 포털의 메인뉴스에 랭킹 되고 하니 살 맛 나지요? 신이 나지요? 내 세상 같지요? 그 살 맛 나는 세상이 언제까지 갈 것 같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정래 선생의 말씀이 다소 지나쳤다 하더라도, 그런 식의 비아냥이 국민과 함께 고난의 시대를 일궈 온 원로에게 할 말이냐”며 “정부와 여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제쳐두고라도, 조정래 선생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춰주실 것을 정중히 권한다”고 했다.
아울러 박 부대변인은 “품격은 기대하지도 않겠다. ‘예형’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리하십시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의 부대변인이 ‘예형’ 얘기한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며 “약한 해석과 강한 해석이 있겠다. 약하게 해석하면 ‘그냥 진중권이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밉다’는 얘기일 테고, 강하게 해석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아예 목줄을 끊어놓겠다’는 협박의 중의적 표현일 것.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공당에서 일개 네티즌의 페북질에까지 논평을 하는 것은 해괴한 일”이라며 “그 내용은 또 얼마나 천박한지. 자기 페북에나 올릴 법한 글을 버젓이 집권여당의 공식논평으로 내놓다니, 이분들이 지금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맹폭했다. 아울러 이낙연 대표를 향해 “왜 그러셨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다른 글에선 “살 맛 나느냐”는 민주당의 논평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아니요, 너희 세상 같아요. 살맛 나냐고요? 아뇨. 지금 대한민국에서 너희들 빼고 살맛나는 사람이 있나. 하나도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이 실성을 했나. 공당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뭣 때문에 저렇게 약이 바짝 올랐을까”라면서 “조정래를 비판했는데, 왜 성명이 민주당에서 나오는 건지. 당신들 일 아니니까 신경 끄라”고 쏘아붙였다.